국제일반
‘항복’과 ‘항전’ 사이…홍콩 이공대 시위대 ‘300’
뉴스종합| 2019-11-19 11:23
홍콩 경찰이 18일(현지시간) 홍콩 이공대로 진입해 자욱한 최루탄 속에서 시위대를 진압·검거하고 있다. [AP]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 일부가 18일 밤(현지시간) 경찰이 점령·봉쇄한 홍콩 이공대로부터 밧줄을 이용해 대학건물 바로 옆 고가도로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고가도로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또 다른 시위대가 기다리고 있다가 밧줄을 타고 내려온 이들을 받았다. [AP]

홍콩 경찰이 홍콩 이공대를 봉쇄하고 항복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캠퍼스에는 수백 여명의 시위대들이 남아 마지막 대치를 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아침까지 많은 시위대가 경찰에 검거되거나 이공대 교정을 가까스로 빠져나갔으며, 300여명 정도가 남아 버티고 있다. 홍콩 이공대 학생회와 시위대에 따르면 현재 교내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고 부상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대의 인도주의 위기 호소에도 경찰은 ‘항복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며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홍콩 경찰들은 캠퍼스를 빠져나오려는 시위대와 외부에서 접근하려는 군중들의 접근을 막으며 홍콩 이공대를 둘러싼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8일 오후 경찰이 캠퍼스 탈출을 시도하는 시위대에게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으며, 방패로 사용하는 우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물대포까지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은 탈출에 성공했지만 일부는 체포됐다. 경찰은 시위대가 항복할 때까지 이들을 포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위대는 독 안에 갇힌 쥐 꼴이 됐다. 이들은 전날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던 경찰의 교내 진압작전 이후 식량 부족과 부상, 저체온증에 시달리며 극한 상황에 놓여있다. 여전히 수 백 명의 시위대가 교내에 남아있는 상태다. 경찰은 18일 오후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교내에서 부상자들에 대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인 탕시우와 씨는 “일부 평화적 시위자들은 떠나기를 원하고 일부는 버티고자 한다”면서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기는 하지만 항복하고 싶어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18세 이하 가담자 30여명은 전날 중재를 위해 캠퍼스로 진입한 시내 고등학교 교장들과 함께 19일 새벽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이후에도 십 여명의 미성년자들이 평화적 방법으로 캠퍼스를 벗어났다. WSJ은 미성년 시위대들에 대해서도 향후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여전히 많은 시위대가 캠퍼스에 남아 체포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서까지 쓰고 이공대에 남아 있는 강경파 참가자들은 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염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며 경찰이 철수하지 않으면 “대학살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홍콩 시민 수 천명은 경찰의 봉쇄작전에 가로막힌 시위대를 구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오전 현재 이공대 인근 침사추이 등지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호소하며 시위대에 대한 포위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저지선 바로 앞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시위대의 부모들을 포함한 100여명의 시민들이 “자녀들을 집으로 보내달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시위대의 호소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홍콩과 중국 정부는 폭력 근절과 시위 종식이라는 명목 하에 경고 수준을 높이고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대는 지체없이 경찰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공대 인근에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막사가 배치되는 등 향후 유사 시 군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전날 홍콩 고등법원이 복면금지법 위헌판결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 “홍콩 법원의 판결은 홍콩의 혼란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이 판결은 사회적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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