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운전·배달직 등 근로자 인정
산업계 “증가된 비용 소비자 전가”
노동계 “비정상의 정상화” 긍정
“결국에는 기업입장에선 비용 증가,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대리운전 기사와 택배 배달원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자처럼 일을 하지만, 계약은 사업주와 개인간의 도급형태로 맺는 노동자들을 지칭한다. 대리운전, 퀵서비스, 학습지, 배달, 택배, 화물, 건설기계, 보험모집인, 화장품외판원 등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해당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재판장)는 지난 19일 손오공과 친구넷 등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 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리운전기사들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도 최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 역시 배달원들이 모여 만든 노동조합 라이더 유니온에 대해 노조 설립 신고 필증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대리운전 업계 관계자는 “부산지원의 판결은 특수한 한 업체에 대한 판결이라, 대리시장전체로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대리운전 업계에선 아직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반응”이라고 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에게 4대보험이 모두 적용되고, 노조를 설립해서 임금이나 복지비용 등이 인상되게 되면 결국 비용은 증가하고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한 택배영업소 관계자는 “잘 알려져 있듯이 택배기사들은 급여조건이 다른 직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많이 일하면 많이 가져간다”면서 “근무조건 개선을 언급하는데, 사실 부정적 입장”이라고 했다. 경총은 산재보험 산입범위 확대를 놓고서 “이번에 추가하려는 5개 직종은 산재보험 특례 전제조건인 ‘전속성’과 보호 필요성이 낮다”면서 “이들의 안전사고 책임을 사업주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 판결이나 지자체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시용하고 있는 다른 산업군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화장품 외판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행정부처나 법원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지위를 인정하라면 법규에 따라 성실히 따르는 것 밖엔 없다”면서 “최근 정부 정책 등에 따른 진행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한 방판업체 측은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업계 입장에선 걱정스럽다”라고 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법원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결정을 ‘긍정적인 결과’라고 반기면서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단체인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의 김종용 회장은 2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판결 자체는 긍정적인 결과지만, 앞으로 더 갈길이 많다”면서 “이번 판결은 대리기사들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는 노조법상의 권리를 인정한 것인데, 앞으로 다양한 노동권을 부여하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 조건들을 대리기사들이 인정받을 수 있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조 사무처장은 “어쨌든 법원의 인정 받으면서 정당성을 인정받긴 했다”면서도 “앞으로 상급심 판단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택배노조는 앞선 성명을 통해 “택배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점차 열악해진다”면서, 택배사측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에 빠르게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우·박상현 기자/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