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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간 연금개혁’…20대 국회서 입법 가능성 사실상 제로
뉴스종합| 2019-11-27 10:19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국민의 노후보장 강화를 위해 2년간 추진돼 온 국민연금 개편이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되면서 연금개혁이 또다시 물건너갔다.

인구절벽으로 기금고갈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는데도 정부는 단일안 마련에 실패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겼고 총선을 앞둔 국회는 인기없는 연금보험료 인상을 회피하면서 아까운 골든타임만 허비한 셈이다.

27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누구도 ‘더 내고 덜 받는’ 인기 없는 연금개편에 총대를 메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는 27~28일 이번 정기국회의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열지만 국민연금 개편안은 아예 심사 대상이 아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금 국민연금 개편 단일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안해도 실효성이 없고, 현실적으로 (내년 6월) 21대 국회가 구성된 뒤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21대 국회가 들어설 때까지 막연히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정부 내부적으로는 좀 더 세련된 안, 장기적이고 정파성을 버린 시각으로 모였을 때 가능한 한 빨리 합의를 볼 수 있는 안을 다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도 연금개혁 성사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6월이면 차기 대선이 2년도 남지 않는 시점이어서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연금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표심을 고려하면 현 정부로서는 국민 부담이 커지는 연금개편 논의를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금개편의 책임을 다음 국회,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5.9%로 올려 ‘더내고 덜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한뒤 3년 반 가까이 공을 들여 국회 본회의에 올렸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6년 보험료율 인상안도 국회 반대에 막혔다. 1998년 6%에서 9%로 오른 보험료율은 20년 넘게 그대로다. 이런 상황이 계속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20대 국회도 국민연금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없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4가지 개편안을 넘겨받았지만 단일안이 아니라며 논의를 거부했다. 지난 8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특위도 10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3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놨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리는 노후 소득 강화 방안이 다수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그동안 보험료율 인상에 줄곧 반대했던 노동계가 처음으로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국회가 다수안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편을 논의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현 정부도 연금개편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도록 한 개편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복지부가 제출한 개선안을 다시 짜도록 지시했다. 국민 노후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높이되 보험료는 최대한 덜 올리라는 주문인데, 국민 세금으로 재정을 충당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었다.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2.9%에서 2060년 27.3%까지 떨어진다. 반면 수급자 비중은 9.4%에서 37.8%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부담할 연금수급자는 올해 18명에서 2060년 121.7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연금 개혁이 계속 미뤄지면서 올 8월 말 현재 708조 원인 적립금의 고갈 시점도 정부 추산(2057년)보다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0.98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과 낮아진 기금운용 수익률을 고려할 때 2054년이면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은 장기계획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편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특별위원회를 꾸려 일정 시기 안에 연금 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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