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300인 기업 근로자 수 291만명
근로자 진정·檢 고소·고발은 여전히 불안 요소…내년초 보완책 전면 재검토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다음 달부터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시행된다. 정부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각종 보완책을 내놨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국회만 바라보고 기다린 탓에 대책이 너무 늦게 나왔고 내용도 미봉책에 불과한 때문이다.
11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고용보험 적용 근로자 수는 291만명이다. 전체의 약 21%를 차지한다.
이들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당장 다음달부터 주당 평균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싶다면 고용노동부에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2020년 말까지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고용부가 최장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장시간 근로에 대한 근로감독은 하지 않는다.
주 52시간을 확대 시행하되 당분간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행 유예가 아닌 처벌 유예를 택한 이유는 사업주들에게 시간을 줄테니 서둘러 근로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취지다. 교대제를 개편하고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안해야 한다.
이러한 보완책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한다. 근로감독을 받지는 않더라도 근로자의 진정, 검찰 고소·고발은 여전히 유효하다. 근로자가 악의를 품고 고용부에 진정을 넣는다면 조사에 우선 착수한다. 근로시간 규정 위반이 확인된다면 6개월가량의 시정기간을 부여한다. 자율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사업주의 법 준수 노력이 확인되지 않고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소될 수 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만약 근로자들이 신고한다면 정말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감이 여전히 있다"며 "시행유예와 사실상 같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보완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연장근로도 역시 '경영상 사유'라는 것을 어떤 경우에 인정받을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며 "갑자기 주문이 몰려오는 경우나 기계 설비의 갑작스러운 고장, 신상품 개발 시간 임박 등 사유가 모두 포함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주들은 예측 가능성을 중시 여긴다"며 "불확실하다면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회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을 통과주길 기다리다 보완책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들은 앞으로 2주 내 어떤 방식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
만약 내년 초 임시국회서라도 탄력근로제가 확대된다면 이날 발표된 정부의 보완 조치도 전면 수정된다. 계도기간이 축소되고 법적 처벌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변화된 제도에 따라 다시 근로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혼란이 있다.
처음 주 52시간 근무제를 만들 때부터 근로시간 유연화를 함께 고안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아한다는 데 다수가 동의하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만 이뤄지고 유연화는 논의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며 "진작 논의해야 했던 사안을 시행 직전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근로시간 유연화와 상관없는 임시방편 보완책을 내놨다. 이런 식의 문제 해결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선택근로제 3개월로 조정한다면 그래도 기업들이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모든 제도 운영이 막혀있어 인력을 관리하는 데 유연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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