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빙하에 사는 세포DNA 식물에 주입…냉해 견디는 식물 키웠다
뉴스종합| 2019-12-18 10:30
유전자를 넣어서 얼음결합 단백질이 발현된 애기장대는 야생형 식물체에 비해 얼음결정 성장억제능력이 뛰어났다 [극지연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극지방 빙하 표면에 서식하는 단세포 생물인 미세조류의 유전자를 이용해 추위에 강한 식물을 만드는 실험을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는 줄기세포나 수정란을 장기 보관하고 농작물의 냉해 피해를 막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극지연구소는 이정은 선임연구원(교신저자)과 조성미 연수연구원(제1저자)이 빙하와 눈에 서식하는 빙설미세조류인 클로로모나스(Chloromonas)를 분석·활용해 냉해에 강한 식물을 키우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식물과 세포 생리학'(Plant and Cell Physiology)에 이달 게재됐다.

연구팀은 극지 환경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생존전략을 밝히기 위해 클로로모나스에 주목했다. 클로모나스는 빙하에 사는 빙설미세조류다.

그런데 연구 결과 클로모나스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얼음결정의 성장을 막는 얼음결합 단백질(IBP)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클로로모나스를 분석해 일정 온도 이하에서만 작동하는 29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는데, 얼음결합 단백질 유전자(CmIBP1)을 코딩하는 얼음결합 단백질은 얼음결정 성장억제 효과가 일반 단백질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얼음결합 단백질 유전자를 애기장대에 넣었다. 애기장대는 생애주기가 짧아 유전연구에 자주 쓰이는 식물이다. 그 결과 얼음결합 단백질 유전자를 주입한 애기장대는 저온에 적응하는 별도의 과정 없이 냉해에 강한 효능을 보였다. 이정은 선임연구원은 "빙설미세조류의 얼음결합 단백질이 식물의 형질 개선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극지 유전체 101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빙하와 눈에 서식하는 다양한 빙설미세조류(a). 빙설미세조류는 얼음 결정 사이의 공간, 브라인 포켓에 얼음결합 단백질을 분비해 서식처를 확보한다(b). [극지연 제공]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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