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원조 필리버스터..은다르크의 뒤늦은 후회
뉴스종합| 2019-12-25 14:32

[헤럴드경제(성남)=지현우 기자] 2016년 은수미 아이콘은 필리버스터다. 이 해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을 무려 10시간이나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은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이후 은수미 전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역임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후보로 당선됐다.

올해 선거법 개정안이 기습 상정된 직후부터 국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필리버스터는 성탄절인 25일에도 이어졌다. 3일차다. 현재까지 올해 선거법 필리버스터 최장기록은 5시간50분으로 9번째 토론자였던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세웠다. 하지만 2016년과는 달리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이 겹쳐 국민들의 관심은 2016년보다 못하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1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19대 국회의원으로 일할때 굉장히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필로버스터로 '은다르크'라는 별칭을 가진 여전사는 후회하고 반성했다.

은수미 성남시장

은 시장은 “그때 세월호도 있었고 메르스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참 어려움을 겪었을 때 제가 더 용감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더 도전하고 더 살피고 더 많은 의견을 들으면서 안을 수 있는 방법을 용감하게 생각해야 되는데.. 저도 정치를 하다 보면 공격을 받으면 위축이 됐다” 고백했다.

은 시장은 국회의원을 했지만 지방자치제도 개선이나 법개정이 이렇게 중요한지 성남시장을 하면서 비로서 알게됐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예산도 다뤄봤고 국회에서 법도 다뤄봤지만 내비게이션이 있으면서 마치 자전거를 타고 아주 천천히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내비게이션은 있지만 속도는 자전거용으로 더디다는 의미다. 국회의원의 지자체 이해도가 자전거 수준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한몸에 두개의 머리를 가진 새.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의미다. 정치가 분열되고, 나라가 쪼개지고, 극단에 춤추는 분열은 올해 우리나라의 화두였다.

2020년이 6일 남았다. 새해는 총선을 치룬다.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자신보다 더 주린사람을 위해 품에 있는 음식을 내놓고, 자신보다 타인의 고통을 먼저 헤아린 정치인이 기적처럼 우리곁으로 다가오길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정치에 베인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기 성탄절에 기도해본다. 칼로베인 상처는 아물지만 말로베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몽골 속담이 떠오른다.

deck91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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