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최근 검찰 수사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훈령을 개정했다. 기자가 검사를 접촉할 수 없도록 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던 공보담당 검사의 공식 브리핑도 폐지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수사를 받으면서, 언론이 검찰발 기사를 쓰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이 검찰을 취재한 내용을 기사화하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략 다음의 세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1)검찰은 피의사실을 알리면 안되기 때문에 기소 전에는 어떠한 기사도 쓰면 안된다. 2)검찰발 기사도 필요하면 쓸 수 있지만, 수사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제공된 정보는 쓰면 안된다. 3)출처가 검찰이고, 의도가 있더라도 보도 가치가 있다면 기사를 써야 한다.
1번 혹은 2번 의견이 옳다고 여겼다면, 근대사에서 가장 큰 사건인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과 다를 게 없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기자에게 전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대검 공안 4과장이었던 이홍규 검사가 중앙일보 법조출입이었던 신성호 기자에게 “경찰 큰일 나겠어. 그 친구 대학생이라지? 서울대생이라며?”라고 슬쩍 흘려준 게 계기였다. 영화 ‘1987’에서는 기자가 이 얘기를 듣고 커피잔을 덜덜 떨며 내려놓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이 사례는 전형적인 피의사실 공표에, 그것도 검찰이 ‘흘려준’ 내용이었다. 그럼 이 기사는 쓰지 말았어야 했을까.
권력형 범죄에 붙는 ‘게이트’라는 어휘의 원조인 워터게이트 사건은 세기의 특종이라고 평가받는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사건을 언론에 알린 게 누구였는지 미스터리였지만, 세월이 흐른 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제보자는 당시 FBI 부국장이었다. 수사기관이 출처인 기사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라면 워터게이트 특종도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보도 범위를 넓히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언론이 그동안 검찰 수사 기사를 쓰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선정적인 보도로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온 부분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은 보도 내용의 타당성 여부에 관한 문제이지, 출처가 수사기관이냐 아니냐가 본질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언론의 보도를 제한하는 근거 규정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피의사실 공표죄의 처벌 대상은 수사기관이지 언론이 아니다. 수사기관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도록 만들어놓은 규정이, 국가기관이 아닌 언론사를 규제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은 부당하다. 언론은 심지어 범죄가 아닌 의혹도 얼마든지 보도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합리적인 의심과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동안 피의사실 유출로 문제가 됐던 사안은 대부분 검찰이 몰래 ‘흘렸던’ 사안들이다. 그 사안이 모두 보도가치가 없던 것도 아니거니와, 검찰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유출했던 사례를 근거로 공식적인 소통창구도 막아버리는 조치는 원인과 대책을 잘못 찾은 처사다. 오히려 다수의 언론사가, 권력기관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찰 개혁을 말한다면, 검찰이 더 감시받도록 해야 한다. 그나마 권력기관을 지켜보던 눈을 가리는 것은, 개혁이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