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무선이어폰 끼고 무단횡단”…스마트폰 조작만큼 위험한 ‘이어폰 교통사고’ 주의보
뉴스종합| 2020-01-07 10:02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자가 차량을 운전하는 A(35) 씨는 최근 골목길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정상적으로 걷던 보행자가 차량이 근접하자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차량 쪽으로 다가온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보행자는 요즘 유행하는 무선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후 A 씨는 대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상당수도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기 위해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보행하는 일명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 화면에 몰두한 사람들)’ 못지 않게, 이어폰을 꽂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보행자들에 의한 교통사고 유발 건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과 교통표지판 손질을 통해 스마트폰과 이어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보행자들은 차도와 구분되지 않은 좁은 골목길이나 대로 횡단시 이어폰을 빼고 보행할 필요가 있다.

7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4~2016년 국내 보험사의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의 분산 보행시 음악 청취, 통화 등 이어폰을 꽂고 보행하는 비율은 50.4%로, 문자전송 등 휴대폰 조작(40.9%)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휴대폰 화면 조작보다 보행자의 행위 연속성을 차단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 청취(17.1%)나 휴대폰 통화(13.9%)를 하면서 무단횡단하는 비율(총 31%)은 휴대폰을 조작하면서 무단횡단(14.2%)하는 비율의 두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주의 분산 보행자가 타인과 부딪히는 경우는 휴대폰 조작(23.1%) 때보다 휴대폰 음악 청취나 휴대폰 통화(23.5%)를 했을 때 더 많았다. 보행자가 차량과 부딪힌 경우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21.1%)가 휴대폰을 조작하는 경우(26.1%)에 버금갔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음악 청취 중 사고 발생비율이 남성보다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청취, 통화 등 이어폰 사용 시 교통사고 사상자는 441명으로, 메신저 확인 같은 휴대폰 조작 시 사상자(664명)의 3분의 2 수준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보행자들이 좁은 골목길이나 횡단보도를 건널 경우 이어폰을 빼거나 평상시보다 더욱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폰 사용은 휴대폰 화면 조작 이상으로 보행자와 외부환경을 단절시키며, 보행자의 감정까지 영향을 미쳐 불규칙적인 보행 궤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이나 교통표지판에 스마트폰 관련 사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보행 중 전자기기 사용을 제지하는 법안 상정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은 일부 지자체에서 법규 개정을 통해 이미 보행 중 위험행동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로교통법에 보행자 횡단 중 전화나 방송, 음악 등을 수신하는 행위를 금하는 규정을 넣거나, 현행 경찰청 교통안전표지 설치관리 매뉴얼에 없는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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