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이슈&분석] 트럼프, 군사대응 대신 경제제재…중동 일단 ‘진정’
뉴스종합| 2020-01-09 11:38

즉각적 무력 대응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경제 제재로 대응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았던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이란이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망케한 미국 공습에 대해 이란이 보복 공격을 단행한 지 하루 만이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불균형적 반격’을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미사일 공격 직후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는 말로 대응했다. 일촉즉발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차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은 즉각적으로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이란 정권에 대해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며 “이란이 행동을 바꿀 때까지 이들 강력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 “우리가 위대한 군과 장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은 평화를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며 당장의 무력대응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공격을 단행한 당일 밤까지도 군사적 대응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격에 따른 미국인 인명피해가 없었고, 이란의 경고 대비 피해규모가 미미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백악관의 대응 수위도 한층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4·5면

일각에서는 이란이 미사일 공격 개시 전 이라크 측에 공격 예고 메시지를 전하는 등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의도된 공격’을 펼쳤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미 전면전 발생 시 패배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보복을 단행했음을 천명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확전은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은 피해가 예상되는 장소와 시간을 표적으로 삼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이란의 공격을 새로운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은 핵을 보유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으로 연설의 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새 이란 핵합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유럽 주요국가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공화당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데 좋은 느낌을 가졌으며, 그는 그것이 협상의 문을 열어준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단기적 군사적 충돌 위기가 일부 해소되기는 했지만, 향후 사이버 공격을 비롯한 다른 방식으로 양 국 간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란이 지역 대리군을 앞세워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주요 중동 동맹국들을 타깃으로 한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이란 최고권력자 아야톨라 세계드 알리 하메네이는 미군기지 공격 후 “이번 군사적 행동은 충분치 않다”면서 “부패의 원천인 미국의 존재를 끝내는 것이 목표”라며 추가도발 가능성을 열어놨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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