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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중독’에 빠진 우리경제…민간 성장기여도 추월
뉴스종합| 2020-01-14 11:27

우리경제의 ‘재정중독’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난해 정부 재정의 성장기여도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를 크게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정부가 재정확대에 나서면서 재정의 기여도가 민간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1971년 이후 약 50년 사이에 재정의 성장기여도가 민간 기여도를 웃돈 것은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 3차례에 불과했다. 외적 충격으로 민간의 활력이 극도로 약해졌을 때 재정이 경제를 떠받쳤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런 위기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재정 기여도가 민간을 추월한 것은 그만큼 민간의 경제활력이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관련기사 9면

1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재정의 성장기여도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줄곧 민간 부문의 기여도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지난해에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재정과 민간의 성장기여도(전년동기대비)는 각각 0.9%포인트로 같았고, 2분기에는 재정이 1.8%포인트에 달한 반면 민간은 0.2%포인트에 머물렀다. 3분기에도 재정 기여도가 1.6%포인트였던 반면, 민간은 0.3%포인트에 불과했다. 2~3분기 재정의 기여율이 80~90%에 달했던 것으로, 이런 현상이 4분기에도 이어져 연간으로 재정 기여도가 민간을 크게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1년 이후부터 보면 오일쇼크나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위기 때를 제외하고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항상 재정 기여도를 웃돌았다. 민간 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재정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연간 3% 전후의 성장세를 보였던 2011~2018년에도 민간 부문이 1.8~2.5%포인트의 성장을 견인하고, 재정이 0.4~0.9%포인트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민간 부문의 활력이 급격히 저하하면서 재정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인 수준에 이른 것이다. 재정의 기여도를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이 0%대 초반에 머물러 사실상 경제가 정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며 재정투입을 확대했지만, 투자·소비 등 민간의 활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재정에 대한 의존도만 높인 전형적인 ‘재정중독’ 상태에 처한 셈이다.

올해도 정부는 재정지출 규모(국회 확정 기준)를 지난해보다 9.1% 늘린 512조3000억원으로 확정하고 사상 최대규모인 62%를 상반기에 집행해 경제활력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 투자나 가계 소비 등을 끌어낼 실효적인 대책없이 재정 투입을 확대함으로써 지난해 나타난 재정 의존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많다. 민간의 경제활력을 이끌어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셈이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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