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가 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에
대출중단 등 연타석 규제로 재건축 ‘휘청’
올 서울 정비물량 26%가 ‘강남로또분양’
조합원 수익률 일반분양자들보다 낮아져
재건축 대기 노후아파트 10만채 길 잃어
“모든 재건축 조합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어요. 안전진단부터 인·허가, 분양가상한제, 대출규제까지 다 쏟아내니 어떻게 사업을 합니까. 3월에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에 재건축 규제 철폐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대회준비위원장)
“손발을 다 묶어놨다고 보면 돼요. 조합원들은 하라는 걸 다했는 데도 결과가 왜 이러냐고 하죠. 앞으로 강남에선 재건축 사업 중단을 생각하는 곳이 더 늘지 않을까요” (서울 서초구 A재건축 조합원)
정부의 ‘강남 집값’을 둘러싼 시장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합헌, 대출중단 등의 ‘연타’를 맞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 휘청대고 있다.
‘새집’ 탄생의 직전 단계인 재건축에는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린다. 특히 입지와 기반시설이 양호한 강남에서 그 인기는 남다르다. 단순히 해당 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산업과 시장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한다.
▶올해 ‘로또 분양’ 쏟아진다=일단 올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은 역대급 ‘로또’가 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 또는 4월 이후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사업 구조상 일반분양 수익이 줄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지만, 이미 이주·철거까지 진행한 단지들은 어떻게든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분양 예정 물량에서 강남·서초구의 정비사업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송파구 없음)은 26.6%에 달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6642가구), 대치동 구마을 1지구(489가구)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인 래미안 원베일리(2971가구), 방배동 방배6구역(1131가구) 등이 올해 분양을 앞뒀다. 특히 10월 분양 예정된 개포주공1단지는 개포동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확실해 분양가가 시세보다 얼마나 낮은 수준에 책정될 지 초미의 관심사다.
▶강남권 공급, 당장 내년부터 어려워지나…=문제는 그 이후의 공급이다. 분양가상한제에 재초환, 대출규제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조합원 수익이 일반 분양자보다 줄었다는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차라리 사업을 미루자’고 주장하는 조합원이 늘면 사업 추진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 은마, 개포우성2차, 대치쌍용1·2차, 대치우성1차, 개포동 주공5단지, 주공6·7단지,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신반포2·4차, 삼호가든5차,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장미아파트 등은 초기단계 재건축 단지들은 규제를 피할 수 없다. 사업 추진이 무한정 미뤄지는 분위기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지금처럼 비용과 부담이 커지는 구조는 조합들도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며 “조합원간 내부 갈등이 심화할 수 있고 사업도 무한정 연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단지들이 늘면서 분양물량이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건축 대상 노후아파트 10만가구 ‘어쩌나’=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에서 관리처분인가 단계 전인 단지는 56곳으로 전체 사업장(110곳)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가구수로는 최소 5만6000여가구로 추정된다.
지은 지 30년을 넘어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시작단계부터 녹록지 않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지난해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8년 기준 강남3구에서 재건축 허용 연한(30년)을 넘긴 아파트는 9만3466가구다. 준공된 지 20년 이상~30년 미만인 아파트도 6만4217가구에 달해 이미 재건축 대기 물량은 10만가구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급등한 강남 아파트값은 결과적으로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은 아파트의 현 시세와 건축비 등 각종 비용을 합한 것보다 미래 시세가 더 올라야 추진할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재건축 규제는 계속 강화되는 상황”이라며 “이미 미래가치를 반영해 많이 오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보다 향후 시세가 더 올라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급등한 시세가 사업 추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 각각 11.33%, 6.51%, 12.22%가 올랐다. 강남·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 2013년 상승전환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1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