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다보스를 치적홍보장으로 만든 트럼프…“연준만 아니었으면 美 4%성장 가능”
뉴스종합| 2020-01-23 09: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간의 일정 내내 탄핵 등 미국 문제에 집중했다.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이틀 간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줄곧 미국 경제성과를 자랑하고 상원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을 비판하는데 공을 들이면서 글로벌 리더들의 협력장이 돼야 할 다보스포럼을 미국 홍보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크다.

22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지만 않았어도 미국 경제성장률은 4%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주식시장은 더 빨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이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5000~1만 포인트 더 올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인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큰 실수”라며 연준을 ‘킬러’(killer)에 비유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한 뒤 2015년 12월 올리기 시작해 2018년까지 9차례 금리를 올렸다. 이후 중국과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세 차례 금리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기차게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급기야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인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인가”라며 파월 의장을 비난했다. 지난 15일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할 때는 뜬금없이 2017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유력했던 케빈 와시 전 연준 위원을 거론하며 “당신이 의장이 됐더라면 정말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특별 연설에서 미국 경제를 전세계의 모범이라고 자화자찬한데 이어 이날 인터뷰를 통한 연준 비판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을 철저히 국내 정치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몇몇 참가자들에게 2020년 재선에 도전하는 선거 캠프 연설처럼 들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인터뷰에서 애플에 대중국 관세 면제의 대가로 수사기관에 협조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면제해 애플을 많이 도와줬다. 그것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면서 “애플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플로리다 해군 항공기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조사 과정에서 애플이 범인의 아이폰 잠금 해제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이날 당초 일정에 없던 ‘깜짝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에 대한 탄핵 절차는 모두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은 다보스포럼 방문이 탄핵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으로 ‘워싱턴 드라마’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내 정치·경제 문제에 쏠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다양한 글로벌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통 과제를 논의하자는 다보스포럼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핵심의제인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고작 나무를 더 심겠다는 수준의 짧은 언급만 있었을 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온통 탄핵에 가 있는 상태에서 워싱턴을 공격하는 것으로 다보스 방문을 마무리했다”고 비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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