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우한폐렴’ 세계경제 위협…페이스북·씨티銀·혼다 ‘中 탈출 혹은 접근금지령’
뉴스종합| 2020-01-28 11:27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우한 폐렴’의 공포가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한 의료진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 안에 있는 한 보건소 인근을 걷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공포가 전 세계 유수 기업까지 덮쳤다. 세계 증시와 원유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내로라하는 최신 기술·금융회사도 중국 ‘탈출 혹은 접근 금지령’을 직원들에게 속속 내리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에서 발생한 ‘비상 상황’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사 직원들의 중국 여행 제한조치를 이날부터 발효했다. 중국에 꼭 가야한다면 사측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중국에 다녀온 직원과 중국지사 소속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는 페이스북 내 포털비디오챗허브 등을 판매하는 부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으로 출장이 잦은 업무를 맡고 있어서다. 페이스북이 현재 팔고 있는 상품엔 영향이 미미하지만, 향후 내놓을 기술은 출시 시기가 지연될 수 있을 걸로 전해졌다.

애플과 아마존, 알파벳의 구글 등도 중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갖고 있어 ‘우한 폐렴’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회사들도 비상령을 내렸다. 크레딧스위스·UBS 등은 홍콩 지사 직원들에게 중국 본토에 다녀왔으면 2주간 재택근무를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열·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의사의 증명이 있어야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크레딧스위스와 UBS는 모두 여행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 측은 “직원과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은 지난 25일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대응 수준을 ‘비상’으로 높였다.

UBS는 직원 대상 메모에서 홍콩 지사는 29일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하며, 홍콩·싱가포르 직원 가운데 중국 본토에서 돌아온지 14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재택근무 등을 하라고 밝혔다. 크레딧스위스·UBS는 전세계적으로 2018년 기준으로 4만5000명의 직원이 있고, 홍콩은 아시아 지역의 허브다.

홍콩 씨티은행의 대변인은 “우한이나 주변지역에 개인적으로 다녀왔어도 회사 측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며 “출장은 이미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뱅크도 홍콩 직원들에게 중국을 방문했다면 7일간 자택에서 근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한 폐렴’ 감염증 발생지인 우한시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직원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우한에 나가 있는 160개 일본 기업 가운데 절반은 자동차 관련 제조업체다. 우한에 합작회사 본부를 두고 있는 닛산(日産)자동차는 일부를 제외한 현지 주재 직원과 가족을 귀국시키기로 했다.

우한에 공장이 있는 혼다도 공장 책임자 등 일부를 제외한 약 30명의 주재원을 귀국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과 유통업체인 이온도 필수 인력을 제외한 우한 주재 직원의 철수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우한시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귀국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전세기를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우한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일본 전자부품업체 무라타제작소는 업무를 다음 달 3일 재개할 방침이지만, ‘우한 폐렴’ 확산의 영향으로 업무 재개를 연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도 연휴 이후 우한 공장의 조업 재개 여부를 이번 주 결정할 방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우한 폐렴’의 글로벌 수준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중국 내에선 ‘매우 높음’, 지역·글로벌 차원에선 ‘높음’으로 각각 표기됐다. 미국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중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며, 후베이(湖北)성으로는 여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중국 전체에서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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