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 폐렴’ 창궐에도 위생관념은 여전히 부족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모습.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신주희·유동현 수습기자]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유행에도 노상에 진열한 채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 여전했다. 약국에서 마스크는 품절 사태를 겪고 있었다. 이들이 대량으로 구매한 마스크는 대부분 중국 현지로 넘어가 재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지하철 안내 데스크 앞에는 손 소독제가 구비돼 있었다. 역 관계자는 “우한 폐렴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지난 27일부터 소독제를 구비했다”고 말했다. 역 안에서 황사 방역 마스크 여섯 상자를 들고 가는 중국인이 포착됐다. 중국에서 웃돈을 얹어주고서라도 품질이 좋은 ‘한국산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인의 사재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중국인이 구매한 마스크는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재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 주변 일부 약국에서는 이를 발빠르게 간파해, 박스째로 현금가를 제시하며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실제로 이날 중국 최대 거래 사이트 타오바오(Taobao)에는 수백 건의 ‘한국산 마스크’ 판매글 이 올라왔다. “바이러스는 물론 미세먼지까지 잡아 준다”는 한 마스크는 우리나라 가격(6000원)의 세 배에 달하는 120위안(한화 약 2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중국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Weibo)에는 아예 “내가 한국에 다녀와 직접 구매한 한국산 마스크를 판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시세는 KF94 등급의 마스크를 기준으로 3개 99위안(한화 약 1만6800원)선. 비슷한 등급의 3개입 마스크가 국내에서 2400원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7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마스크 대란에도 역 주변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자 비위생적인 행태가 즐비했다. 노상에는 고기, 순대, 탕후루(각종 열매를 꼬치에 꿰어 사탕물을 묻혀 굳힌 중국 전통 과자), 도넛 등 음식 대부분이 바깥에 진열돼 있었다. 맨손으로 길거리에 진열돼 있는 탕후루를 만지는 관광객과 묵을 만지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관악구 조원동 일대 자영업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영업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송모 씨는 “손님들이 불안해할까봐 종업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일단 쓰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면서 “(우한 폐렴에 걸리는 것은)복불복이라고 생각한다. 안 걸리면 다행이고 걸리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식당에서 상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더 심각해져도 마스크를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고 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인근 대림중앙시장 내 상점의 40%가 중국인 소유일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차이나타운이다. ‘2019 영등포구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내 등록 외국인 3만5822명 중 2만5251명(70.5%)이 대림1~3동에 살고 있다. 특히 대림2·3동은 외국인 비율이 각각 42.5%(9453명), 41%(1만2093명)에 달한다. 외국인 대부분은 조선족 등 중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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