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산 사래마을, 우한 교민 수용키로…생계·방역 우려는 여전
뉴스종합| 2020-01-31 10:25

3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철수한 교민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우한 교민들 중 일부가 격리되는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붙인 ‘우한 교민 수용 반대’ 플래카드가 선명하게 보인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아산)=이슬기 기자, 박재석·박지영·유동현 수습기자] “그 사람들도 중국에서 고생하면서 일하다가 들어오는 우리 국민인데 어쩌겠습니까. 방역에나 신경 써줬으면 좋겠네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사래마을 거주민 70대 A 씨)

31일 오전 헤럴드경제가 찾은 충남 아산 사래마을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이곳은 지난 29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과 인근 지역 교민들을 수용키로 결정한 경찰인재개발원과 약 700m 떨어진 소촌(小村)이다. 지난 30일까지만 해도 이곳 주민들은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런데 약 하루 만에 격앙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것이다. A 씨는 “오늘 오전 마을회관에서 주민 모두가 모여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다만 추가 시위를 계획하거나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다. 이미 주민들은 격리시설 운영에 반대하는 것을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다른 주민 김모(65) 씨도 “(교민들이 탄) 버스를 저지한다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안다”고 했다.

비록 우한 교민의 수용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주민들의 걱정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격리 수용시설 인근에 다수의 민가와 초사초등학교가 위치한 만큼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생계가 흔들릴 지역 주민들의 삶을 정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게 골자다. 마을 토박이인 80대 노인 B 씨는 “동물도 많이 다니는 데 (병을)옮길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실제 우한 교민 격리 수용시설 결정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이미 발생하고 있다. 사래 마을 인근에서 식용 귀뚜라미 양식 사업을 하는 C 씨는 “소독(방역)을 하면 귀뚜라미가 다 죽는데, 그렇다고 해서 소독을 반대할 수도 없지 않느냐. 거래처에서도 본인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물건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 상가가 텅 빈 것은 물론이다.

시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D 씨는 “경찰 교육생 입교가 시작되는 오는 2월께부터 본격적으로 장사가 시작되는데 당장 교육 일정이 취소되면서 개점휴업하게 됐다”면서 “상가 월세 120만원에 전기세 50만원을 더하면 기본 유지비만 200만원이 넘는다. 지금은 가게에 물건을 들여오는 것도 통제해 가게가 텅텅 비어 난리고, 나중에는 손님이 없어서 망할 지경”이라고 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된 격리 수용시설 선정 절차를 도시 간 힘 싸움의 결과로 보는 주민의 분노도 여전했다. 아산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전모(50) 씨는 “인구나 국회의원 수가 적어서 천안과의 힘겨루기에서 아산이 밀린 것 아니냐”며 “KTX 역사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고, 아산-천안 시민 사이의 갈등이 꽤 오래 지속돼왔는데 이번에 그것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입국 과정에서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우한 교민들은 경찰 버스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 2곳의 격리시설로 이송돼 14일 동안 머물게 된다. 14일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있다. 우한 폐렴은 감염 후 일반적으로 평균 7일, 최대 14일 이내에 발병해 이 기간이 지나면 감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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