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증상시 감염 사례 확인되자 모든 접촉자 자가 격리하기로
기존 정부가 세운 방역체계 기준 뚫린 셈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 가운데)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부처 기관들과의 영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일본에서 2차 감염된 중국인 확진자(12번째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보건 당국의 감시망 밖에서 이 환자는 11일간 부천, 서울, 강릉, 수원, 군포 등을 활보했다. 지하철과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도 여러번 탑승했다. 앞서 1차 검사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8번 환자는 2차 검사에서 확진환자로 재분류됐다. 검사결과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이 환자는 군산 시내를 돌아 다녔다.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감염증 환자가 15명으로 늘고, 사실상 정부의 방역망이 뚫리면서 보건당국이 방역 체계를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무증상시에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확진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14일간 자가격리토록 했다. 보건당국이 사실상 방역체계가 뚫린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우선 신종 코로나가 기존 감염병과는 다른 전파유형을 나타내고 있어 적극적인 조기진단과 격리를 통한 전파 차단에 집중키로 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달리 무증상·경증환자로 인한 감염 전파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일반 호흡기 감염과 증상만으로 구별도 어렵다.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어도 일반 감기와 비슷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능후 신종 코로나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는 무증상, 경증 환자에서 감염증이 전파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초기에 감염·전파 가능성은 충분하게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차단하기 위해 자가격리를 통한 초기검사와 확인이 이뤄져야 하고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앞으로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이 현재의 방역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다 강화된 방역체계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2번 환자(40대 중국인 남성)의 경우 1월 19일 입국 후 증상이 발현된 뒤 약 10여일간 의료기관, 음식점, KTX, 극장 등을 돌아디니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만 138명에 이른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기에 실제 접촉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 환자의 아내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이런 사례를 통해 바이러스 더 전파될 것을 우려해 과학적, 의학적으로 제기되는 수준을 넘어 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방역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환자 접촉자 격리를 강화하기 위해 밀접일상접촉자 구분을 없애고 확진환자 접촉자는 당분간 모두 14일간 자가격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는 밀접접촉자는 자가격리하고 일상접촉자는 능동감시를 해왔지만 이제부터 접촉자는 모두 14일간 자가격리를 한다.
자가격리를 하는 경우 보건소, 읍면동사무소 공무원을 1:1로 담당자를 지정하여 관리한다. 자가격리에 따른 생활지원비 또는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하되 격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을 통한 벌칙(300만원 이하)을 부과하기로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6번째 환자의 경우 처음 밀접접촉자가 아닌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돼 느슨하게 관리되면서 적극적인 감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는 분명 방역망에 틈이 발생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접촉자 정의에 따른 격리, 시설격리, 자택격리, 능동 감시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두 다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