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中, 1단계 무역합의 유연성 요청할 듯”…美 관세 면제에 ‘깐깐’
뉴스종합| 2020-02-04 10:1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익살맞게 웃고 있다. 협상 상대방인 류허 중국 부총리도 뒤에서 박수를 치며 무역전쟁 휴전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 사태로 중국 측의 합의사항 이행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된 만큼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을 중국이 원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를 할지 미지수다. 세계 경제는 또 다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과 관련해 미국 측이 유연성을 발휘해주길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으로선 경제 둔화 위협에도 맞딱뜨린 처지여서 1단계 합의에서 약속한 대규모 미국 상품 구매를 이행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중국 측이 지난달 15일 맺어진 1단계 합의에 미국의 유연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의안엔 자연재해나 기타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선 합의사항 준수 연기에 관해 양측이 협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블룸버그는 다만, 중국이 정식으로 이런 협의를 요청할지 불확실하지만 일정 시점에선 거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와 관련한 설명요구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합의안을 보면, 중국은 올해 미국산 상품 767억달러 어치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2017년 구매 규모에 더 얹어지는 것이다. 내년 구매량은 1233억달러로 늘어난다. 중국의 농산물 구매는 지난 2년간 중국과 관세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 농업인의 생계에 중요하다는 평가다.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서 농산물을 포함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20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사태로 구매력이 약화한 중국이 합의를 지킬 수 없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구매 품목에 포함된 대두의 경우 선물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 스프링필드에서 한 작업자가 대두를 심고 있다. [AP]

그러나 중국의 구매력 하락 신호가 점멸하고 있다. 시카고시장에서 대두 선물가격은 9일 연속 하락세다. 대두는 중국이 구매에 동의한 핵심품목이다.

중국은 신종코로나 탓에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 수정 여부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경제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한다. 문제풀이를 복잡하게 만드는 시각차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이건 원칙적으로 공공보건에 관한 문제이고, 중국에서의 전염병 대유행이지 미국은 아니다”고 했다. 신종코로나가 2단계 무역협상에 지렛대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선 “전염병 발생은 무역, 일자리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과 완전히 별개”라고 말했다. 중국이 ‘유연성’에 관한 협의를 제안해 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패’를 꺼내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對中) 관세 면제에 깐깐한 걸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 요청 승인율(작년 9월 기준)은 3000억달러 규모의 상품 구입에 관해선 3% 수준이다. 160억~340억달러 어치에 대한 승인율이 35% 수준인 걸 감안하면 대규모일수록 관세를 면제하지 않는 것이다.

4500개 이상의 기업이 5만27000건의 관세 면제 신청을 한 걸로 조사됐다. 비용 효율 측면에서 중국산의 대체제를 찾기 어렵기에 기업들이 이런 신청을 하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기업에 불공정한 행태를 변화시키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미국 기업이 잘 된다”고 했다.

관세는 지난달 15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일부 관세율 인하를 포함해 여전히 부과되고 있다. 수입 품목·규모(500억~2000억달러)별로 7.5~25%의 관세가 매겨진다.

음향 기기·악기 관련 업체인 탬파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탈 모리스는 “학교 교육을 위해 필요하니 관세 면제를 해달라고 USTR에 설명했는데 거부당해 충격을 받았다”며 “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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