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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초비상] 또다른 복병, 쓰고 버린 마스크…처리 가이드라인도 없다
뉴스종합| 2020-02-06 09:52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 생활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벗고 폐기 처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정보까지 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마스크 착용 및 제거 방법 안내' 동영상. 영상은 끈만을 이용해 마스크를 벗고, 살균 처리 등을 해 버리라고 안내한다. [인민일보 영상 캡처]

6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환경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폐기물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병원 등 의료시설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마스크나 장갑, 소독약품 등을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한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자가격리자는 관할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키트 형태의 전용봉투 및 소독약품을 활용해 처리해야 한다. 전용봉투에 담아 버리되, 지급 받은 소독제로 쓰레기가 담긴 내부 윗부분과 전용봉투의 바깥 부분을 소독해 완전히 밀폐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배출도 보건소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일반인들이다.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예방 수칙 중 하나로 외출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마스크 폐기 가이드라인은 없다. 코에 밀착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를 만지지 말라는 '착용 수칙'만 알려준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반인에 대해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평소처럼 마스크를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려 소각처리하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서도 과한 조치라고 판단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보건당국, 국내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마스크는 사계절 내내 계속되는 미세먼지와 독감에 더해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일상 생필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면서 다 쓴 마스크를 무심코 아무렇게나 벗고, 버리게 된다. 이 경우 마스크 착용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의 무증상 감염도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제대로 벗고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WHO는 지난달 말 발간한 '신종 코로나를 예방할 마스크 사용법' 자료를 통해 적절한 기법을 사용해 마스크를 제거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러면서 마스크의 외부 표면을 만지지 말고 제거해야 한다. 실수로 마스크를 만졌다면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마라는 예시를 제시했다.

중국 보건당국도 폐기 처리법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마스크를 벗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올렸다. 마스크는 항상 귀에 거는 끈만 이용해서 벗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둥성 보건위원회는 마스크 가장자리만 잡고 반으로 두 번 접은 후에 끈으로 묶어 버리라고 안내한다. 그러고는 마스크에 살균제를 뿌리거나 비닐 봉투 등에 밀봉해 버리라고 소개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에도 올라와 있다.

쩡광(曾光) 중국 질병 예방통제센터 수석연구원은 CCTV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마스크를 벗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다른 나라처럼 마스크 사용 후 처리법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바이러스에 오염될 수 있게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해당 부처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알려주는 게 가짜뉴스를 없애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가이드라인을 준비,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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