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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국산 수산물 가격↓ 농산물 가격↑…상인들 “시장에 손님없는게 문제”
뉴스종합| 2020-02-10 10:24
전통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격 변동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 손님을 찾기 쉽지 않다. 김빛나 수습기자/binna@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김빛나 수습기자] “손님이 없다. 수조 한가득 물고기를 채워 놨는데 요즘엔 절반 정도만 넣고 있다. 활력이 사라졌다.”

이달 6일 오후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중국산 낙지, 농어 등을 파는 한 상인은 기자와 만나 “얼마전에 마스크 쓴 손님들이 와서 수산물 구경을 했다. 물건을 사려고 하다가 가게에 마스크 안 쓴 직원을 보니 갑자기 안 사겠다고 하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자미를 파는 또 다른 가게 관계자는 “수산물을 사기 위해 경매를 원래 일주일에 6회 참여했다”며 “지금은 2회 정도만 경매에 참여한다. 수조에 물고기를 반만 채운다. 손님이 아예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고 농수산물로 가득채워졌던 매대는 예전 모습을 찾기 힘들다. 특히 농수산물의 물량 변화로 가격 변동도 이뤄지고 있다. 수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중국산 농산물 가격은 올랐다. 시장 상인들은 농수산물의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손님 자체를 볼 수 없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킹크랩, 중국산 주꾸미 등 수산물의 가격은 신종 코로나 확산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중국 수산시장 등이 신종 코로나로 평소와 같은 작업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킹크랩이다. 수산물 시세 비교 사이트인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1㎏당 8만원이었던 킹크랩은 5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9일 기준 6만1400원이 됐다. 인어교주해적단은 이달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우한 폐렴으로 중국 수산시장이 폐쇄돼 다음주에만 국내로 (킹크랩)100t이 들어온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킹크랩 뿐만이 아니다. 이진호 수협 노량진수산시장 경매팀장은 “전반적으로 중국산 수산물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며 “경매 시장 분위기가 많이 죽었다”고 했다. 가락시장 등 서울 강동 지역 수산물 경매를 담당하는 엄익화 경매사의 설명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확산 전 2.5㎏당 3만원대에 거래되던 중국산 낙지는 2만5000원대(이달 7일 기준)로, 2.5㎏당 2만4000원~2만5000원에 팔리던 주꾸미는 2만원 선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엄 경매사는 “중국산 낙지, 쭈꾸미, 홍어, 대구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며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수산물을 찾지 않아 가격 하락세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중국산 농산물은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킹크랩처럼 중국에서 한국으로 방향을 튼 수산물과 달리, 중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중국 국경 밖으로 쉽게 나가지 못해 공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한홍기 한국농수산도매시장법인협회 채소본부장은 “물량 공급이 적어 중국산 농산물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락시장에 연중 반영되는 중국산 당근·브로콜리·버섯의 가격은 10㎏ 당 6000원~6500원에 경매가 이뤄지지만 현재는 1만원대 이상으로 호가가 올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에 따른 중국산 농수산물의 가격변동을 체감할 수는 없다고 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손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수산물 가격이 하락해도 장점을 못 느끼고 있다”며 “중개업자들이 물량이 늘었다고 해서 바로 푸는 것도 아니다. 가격이 워낙 떨어지니까 일부러 물량을 안 푸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신종 코로나로)손님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시장에 활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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