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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시각] 신종 코로나와 초연결 시대
뉴스종합| 2020-02-12 11:27

한국인은 하루 평균 3시간48분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유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은 100개 이상이다. 이 가운데 평균 30개 이상의 앱을 매달 사용한다. 최근 1년 동안 앱 분석 업체(앱애니 등)들이 발표한 통계다. 집 밖으로 한 발도 나가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세상과 연결된다. 5G 도입으로 더 빨리 더 많은 곳에 접속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른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다.

연결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없어서 안 되는 핵심 요소다. 우리는 온·오프라인에서 연결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수요와 공급을 이어 경제 활동을 펼치고 있다. IT 힘을 통해 연결의 한계도 지속 뛰어넘고 있다. 연결이 순기능만 갖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인류가 수많은 사람과 연결돼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확진자 동선만 봐도 지인은 물론 불특정 다수와 다양하게 접촉했다.

신종 코로나 가짜뉴스가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것도 연결의 이면이다. 이로 인해 부정확한 정보가 넘치고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초연결 시대 신종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더욱 우려되는 점은 따로 있다. 온라인에서 신종 코로나가 감염될 일은 없지만, 적잖은 혼란과 피해를 초래할 또 다른 바이러스가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20일 국내 주요 언론, 금융, 기업의 전산망이 마비되고, 다수의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3·20 전산대란’이 발생했다. 같은 해 6월 25일 청와대를 비롯한 다수 기관 대상 ‘6·25 사이버 테러’도 가해졌다. 2014년에는 국가 전력 기반 시설인 한국수력원자력 전산망이 감염되기도 했다.

2017년 웹 호스팅 업체 서버 및 백업 서버 153대가 랜섬웨어(해킹을 통한 금전 요구)에 감염돼 연쇄 피해를 본 사이트는 5000여개 달했다.

직접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아니었지만, 한번 감염되면 최악의 경우 집단으로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바이러스의 파괴력은 무시 못 하는 수준이다.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표적 공격 형태이기 때문에 악의성까지 띠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초연결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잠재적 감염 대상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5G 가입자는 상용화 1년도 안 돼 500만명 수준에 달하고 있다. 배달, 숙박, 차량 등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O2O 서비스는 연간 거래액 1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주요 정보들을 자사 전산망이 아닌 공용 클라우드로 옮기고 있다.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빅데이터 시장 빅뱅도 예고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데이터가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모빌리티 산업과 각종 사물인터넷(IoT) 시장까지 본격 가세하면 세상은 더욱 촘촘하게 연결된다. 어느 한 곳의 신경망이 공격받아 악성코드 등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사고 이상의 ‘재앙’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초연결 핵심은 속도와 반경에만 있지 않다. 신뢰와 안전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이것이 문명의 이기(利器)를 대하는 기본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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