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페미사이드’ 작년에만 1000여건, 멕시코 女 “우리는 매일 살해당하고 있다” 분노
뉴스종합| 2020-02-17 09:42
지난 1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여성들이 동거남에게 살해당한 잉그리스 에스카미야의 시신의 사진이 보도된 것에 대한 항의 운동에 나서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멕시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페미사이드(여성혐오적 살해)가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페미사이드에 대한 멕시코 여성들의 분노와 공포는 최근 25세 잉그리드 에스카미야가 40대 동거남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보도되면서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8일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5세의 여성이 40대 동거남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데 이어 한 대중지가 1면에 희생자의 시신을 게재, 사건을 단순한 치정극으로 축소 보도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멕시코 여성들은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분노하며 꽃과 풍경 등 ‘아름다운 사진’을 잇따라 SNS에 올리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주말에는 공공연한 여성 폭력을 반대하는 행진이 멕시코 전역에서 일어났다.

에스카미야가 살았던 멕시코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16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폭력 사태는 그 어느때보다도 심각하다”면서 “이번 사건은 너무 폭력적이었고, 지금 공동체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3월 페미사이드로 언니를 잃은 한 여성은 심각한 여성 혐오적 문화를 방치하는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여성들은 매일 살해당하고 있다”면서 “멕시코 대통령은 자신의 일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해 천 여건에 달하는 페미사이드는 멕시코 사회에 만연한 성 차별적 문화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발생한 여성 혐오 살해는 1006건으로, 전년도(912건)보다 증가했다. 멕시코 당국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페미사이드는 137% 증가했다.

멕시코 정부에서도 공공연한 페미사이드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페미사이드는 절대적으로 비난받을 범죄”라면서 “검찰은 가해자에게 최고 형량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시티의 법무 당국은 현재 에스카밀라의 시신 사진을 언론에 흘린 사람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있다.

성 폭력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넬리 몬치 알레그리 디아즈 검사는 지난주 “여성에 대한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면 철저히 수사해 가차없이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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