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대선] 존재감 드러내는 블룸버그, 경쟁자들은 견제 강도 높여
뉴스종합| 2020-02-17 10:36
2020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테네시주의 한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6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산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선거 광고 전략을 추구하며 민주당 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중도 대안’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혼전 양상을 벌이는 민주당 경쟁자들은 물론 최종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돋아나는 싹을 자르려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등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블룸버그가 뉴욕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펼쳤던 ‘신체 불심검문(Stop and Frisk)’ 강화 정책을 다시 문제 삼고 나섰다.

샌더스 의원은 라스베이거스의 유세장에서 “신체 불심검문 같은 인종차별정책을 추구하고 옹호하고 제정한 후보자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칠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은 차별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는 대통령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정책은 흑인과 라티노(라틴계 미국인)를 무차별적으로 검문하고 인종 차별을 조장한다는 논란을 일으켰으며 2013년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한 뒤 이 문제에 대해 사과했지만 불과 2019년 1월까지만 해도 이를 옹호해왔다는 점에서 비판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민주당 지지자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과거 인종차별 발언에 항의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AP]

과거 여성에 대한 부적절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햄프셔 경선에서 깜짝 3위에 오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그의 과거 발언과 회사 내 여성 직원에 대한 적대적 환경 관련 문제에 대해 “(블룸버그가) 방송과 엄청난 광고 뒤에 숨어선 안된다”며 “방송에서 그를 이길 순 없지만 토론 무대에서는 이길 수 있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클로버샤 의원이 언급한 블룸버그 캠프의 엄청난 광고 세례는 다른 경쟁자들의 심기 역시 불편하게 하고 있다.

WSJ은 선거 미디어분석 그룹 캔타미디어시맥( Kantar/CMAG) 자료를 인용, 블룸버그가 선거 광고방송에 현재까지 3억8500만달러(약 4554억원)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자산은 약 6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블룸버그 전 시장이 돈으로 표를 사려 한다고 비판했다. 샌더스 의원 역시 “600억달러로 많은 광고를 살 순 있지만 그것이 (블룸버그의) 기록을 지울 순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후보들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재력을 문제 삼는 것은 그의 경선 전략 때문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초반 4개 경선은 건너뛰는 대신 14개 주가 동시에 투표를 하는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에 집중, TV와 인터넷 광고를 쏟아붓고 있다. 이로 인해 광고 단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전통적으로 소액후원 의존도가 높은 민주당 후보들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블룸버그 전 시장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공동 전선을 형성해 유권자 이탈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블룸버그 때리기에 나선 건 민주당 후보뿐만이 아니다. 오는 11월 본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캠프도 일찌감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도 성향인데다 재력 면에서 압도적인 블룸버그 전 시장이 버니 샌더스 의원 등 진보 색채가 뚜렷한 후보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인종차별 의혹을 언급하며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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