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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흔들려도 견딜 ‘새 성장근육’ 키운다
부동산| 2020-02-19 11:38
미국 크레이튼 카리플렉스가 운영 중인 브라질 고부가가치 라텍스 생산공장의 모습. [대림산업 제공]

오늘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 관련 분양가 상한제와 벌점제 강화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기존의 건설 관련 다각화에서 벗어나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로의 인수합병(M&A)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할 포인트로 꼽힌다.

19일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의 비관련 사업 다각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반도건설의 항공사 지분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통상적으로 건설업과 항공업은 산업군 중에서도 가장 연관성이 떨어지는 업종으로 평가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항공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HDC그룹 측은 작년 6월 인수한 국내 최대 규모의 HDC리조트(전 오크밸리리조트, 부지면적 1135만㎡)와 함께 시너지 효과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

올해는 모빌리티(이동장치) 사업 분야 확장도 예상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를 통해) 항공산업 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주택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업체인 반도건설 역시 작년 한진칼 지분 인수와 함께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사업 확장과 동시에 안정적인 투자 수익 창출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인 업계 강자들의 ‘변신’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디벨로퍼로 도약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지난해 초 약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턴의 ‘카리플렉스 TM 사업부’를 인수했다.

창립 이후 80여년 만에 첫 해외M&A 성사 사례다. 카리플렉스 사업부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세계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허윤홍 신사업 부문 사장을 주축으로 사업 다각화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팜과 인도 태양광 발전, 2차 전지 재활용 관련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유럽과 미국 3곳의 모듈러 전문업체 인수를 통해 글로벌 주택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부동산 간접투자기구인 리츠(RETIs) 산업에 진출해 건설과 금융이 융합된 신규사업모델을 만들고,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단순한 건설회사에서 벗어나 부지매입과 기획설계, 사후관리 등을 아우르는 종합디벨로퍼 회사로 거듭나겠는 복안도 밝혔다.

호반건설은 계열사를 통해 삼성금거래소 지분과 농산물 수탁 도매업체인 대아청과 지분을 인수하는 등 다방면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중견 주택업체인 우미건설 역시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프롭테크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경영학 박사)은 “국내 건설사들이 과거에는 건설 관련 업종 내에서 사업 다각화를 하거나 시너지 효과가 큰 호텔·레저 산업 진출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면서도 “작년부터 사업 성격이 100% 다른 비관련 분야 다각화가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지금 건설업은 성숙기에 진입해서 과거처럼 시장 사이즈가 갑자기 커질 가능성이 낮고 수익성 자체도 점차 떨어지는 시점”이라며 “주택시장에서 자본력을 확보한 건설업체들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난 사업 다각화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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