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바이러스 어딜!…‘스마트터널’이 잡아낸다
뉴스종합| 2020-03-04 11:28
CEVI 융합연구단 김홍기 박사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김성준 CEVI 융합연구단 박사가 바이러스 관련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CEVI 융합연구단 김범태(세번째) 단장을 비롯한 연구진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CEVI 융합연구단은 공항·항만에 설치할 수 있는 ‘스마트터널’ 기술 개발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자를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신종 바이러스 출현으로 여행 자제국으로 지정된 국가의 인접국을 다녀온 김모씨.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씨는 일반인과 분리돼 별도로 마련된 스마트터널을 통해 입국 절차를 밟았다.

스마트터널에 들어선 김 씨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로 확인됐다. 스마트터널은 공항이나 항만 등에 설치돼 해외에서 유입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자를 조기에 걸러내는 시스템이다.

열화상과 가시광 영상 융합 분석기술, 바이러스 포집시스템 등 상시검역과 인식, 경고, 추적이 가능한 지능형 통합관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김 씨는 이후 신속진단키트 검사를 통해 20분만에 감염 확정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곧바로 광촉매 항바이러스 건설자재와 공조기로 건설된 병동에 격리돼 신종 바이러스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투여받았다. 김 씨와 동시간대에 입국한 이모씨는 기침과 발열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아 귀가했다. 하지만 김 씨가 확진자로 판명되자마자 격리 대상자가 됐다.

이 씨를 단시간 내 격리자로 분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형 고해상도 확산예측 모델이 있다. 열화상과 가시광 영상 융합 분석기술, 바이러스 포집시스템 등 상시검역과 인식, 경고, 추적이 가능한 지능형 통합관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는 한국 실정에 적합한 감염병 확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감염자와 함께 입국한 이들의 이동경로를 예측해 신종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이 개발한 기술들이 활용될 경우 펼쳐질 세상이다. 코로나19가 걷잡을수 없어 확산, 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신변형 바이러스를 신속 진단 및 원천 봉쇄 할수 있는 연구개발(R&D)이 활발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 속도=CEVI 융합연구단은 코로나19 감염여부를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EVI 융합연구단은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해외 유입가능성이 높은 신변종 바이러스의 진단, 예방, 치료, 확산방지를 목적으로 지난 2016년 만들어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을 필두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8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오는 2022년까지 총 57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현재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진단에는 유전자를 증폭하는 방식의 분자진단키트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진단법은 6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이 주목한 것은 면역진단 방식이다. 면역진단법은 검사자의 혈액을 채취해 항원·항체로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구단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균주를 대상으로 진단키트 성능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범태 CEVI 융합연구단장은 “지난 3년간 수행해온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관련 연구 플랫폼이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국내 바이러스 진단전문업체 웰스바이오와 면역진단 기술 공동연구에 착수한 상태로 제작 및 임상테스트까지 약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화합물은행에 있는 물질을 스크리닝해 3~4종의 치료제 및 백신 후보물질을 찾아낸 상태다. 또 기존 항암제 등을 리포지셔닝(약물 재창출)을 통해 효능이 있는지 여부를 바이러스 샘플을 통해 테스트하고 있다.

미국 FDA에서 승인받은 다양한 약물들에 대해 세포 수준의 시험, 동물시험을 통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신속하게 확인, 의사들에게 해당 약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약물 재창출 연구의 목적이다.

바이러스 예방을 총괄하고 있는 연구단 김성준 박사는 “3월초까지는 동물실험을 끝내고 면역진단키트 개발을 서두를 것”이라며 “백신과 치료제 효능평가에 활용되는 마우스 모델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르스 사태가 끝난 이후에 연구단은 메르스 백신 후보물질 개발을 완료했지만 임상을 진행할 업체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김 박사는 “메르스 백신 후보물질 개발은 끝냈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경제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변종 바이러스 창궐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분야에서는 정부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처럼 의무비축을 하던가 황열주사처럼 의무백신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는 최근 그 구조와 기능, 작동방식 등에 대해 많은 지식이 쌓이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다. 발생 이후 다양하게 변이되기 때문에 효과적 대응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또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의 뒷받침과 국제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도 많아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면서 “이 같은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연구를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활용 6개월전 전염병확산 예측도 가능=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안인성 박사팀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질병예측 통합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해외 질병 관련 정보 빅데이터를 이용해 향후 발병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사전에 인지하고 위해성 정도를 예측하기 위한 분석기술을 개발한다.

현재 연구팀이 개발한 전염병확산예측장치는 여러 국가에서 발생한 200여개 감염병을 분석해 우리나라와의 상관도를 따져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우리나라와 감염병 발생 패턴이 비슷한 국가들에서 발생한 질병패턴을 분석, 우리나라에 감염병이 퍼지기 6개월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알려진 감염병은 물론 새로운 감염병도 예측이 가능하다.

안 박사는 “국가별로 어떤 질병이 언제 발생했고 그 질병이 우리나라에 언제 퍼졌는지 등 세계 질병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우리나라와의 질병 상관도 맵을 만들었다”며 “이 맵에는 국가 간 여행자수 뿐만 아니라 기후 생활패턴 등 질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질병도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아직 검증단계이지만 빠른 상용화가 될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본혁 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