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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비상] 정부, 정신나간 방역 ‘자화자찬’…산발적 집단감염 차단 골든타임인데
뉴스종합| 2020-03-09 10:22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정부가 대구 경북지역에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추세가 꺽이자마자 방역 관리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나서면서 자칫 산발적 집단감염 차단의 '골든타임'마저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천지 신도 중 첫번째 환자인 31번 환자 발생 이후 방역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우리나라 방역관리체계는 효과적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전날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은 기존 방역관리체계의 한계를 넘어 개방성과 참여에 입각한 새로운 방역관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쇄’나 ‘격리’ 등 전통적인 방역관리체계는 최초 유입 시기만 늦출 뿐 오히려 확산을 막기 어렵다”며 “투명하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면서 국민의 자율 참여와 첨단기술이 잘 조화된 현재의 대응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 국민들의 개인위생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국가의 감염병 검사비·치료비 부담, 승차 검진(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체 채취, GPS 정보를 이용한 역학조사, 빠르고 많은 진단검사 등을 국내 방역체계의 장점으로 꼽았다. 현재 한국의 진단검사는 최대 1일 1만7000건까지 가능하고, 누적 검사 건수는 19만 건에 이르고 이는 월등한 진단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제야 비로소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체계를 전면적으로 제대로 다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며 “더 열심히 해서 신규확진자 수도 가능한 한 줄이고 치명률을 최소한으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이날 박 장관이 이 같은 자화자찬은 정부가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외국의 한국인 입국금지가 이어지자 대내외에 국내 방역체계의 우수성과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구 외 지역에서 산발적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이 100곳이 넘는 상황에서 이같은 자화자찬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구 경북 이외 지역에서 종교시설과 병원, 사회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집단감염 양상이 지속되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각지에서 확진 환자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만큼 방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가 워낙 초기에 경증 상태로 전파가 잘 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집단시설, 종교행사 등 밀폐된 공간에서 노출될 경우에는 언제든지 소규모의 유행은 계속 생길 수 있다”며 “이를 어떻게 예방·관리할 것이냐에 따라 앞으로의 유행 양상을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계의 한 전문가는 “대구 외 지역에서 산발적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화자찬식 인식은 도움이 될 것이 없다”며 “ 지금은 코로나19 감염이 더 뚜렷하게 감소하도록 한층 노력하고 정부도 방역관리 강화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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