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홍석의 시선고정]호들갑떨다 된서리 맞은 인천시
뉴스종합| 2020-03-12 01:10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는 장면.

인천광역시가 며칠 전 인천이 전국 타 시·도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이 낮다는 관련 자료를 기획보도로 냈다. 그러나 이 기획보도로 인해 인천시는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

보도자료 배포 후 불과 5일만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자가 발생해 이 여파로 인천에서 무려 15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추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후에도 매일 1명꼴로 새로운 확진자가 또 나오고 있다.

타 시·도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확진자 확산과는 달리 인천은 ‘청정지역’으로 널리 알렸다가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확산 지역’이 돼 버렸다. 결국, ‘호들갑떨다 된서리를 맞는 꼴’이 된 것 처럼 인천시의 보도 행정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 5일 ‘하루 20만명 드나드는 관문도시 인천, 코로나19 속 빛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첫 환자 발생(중국인) 후 선제대응·시민 경각심이 높아졌고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 전국에서 가장 낮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주 내용은 이렇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후 43일 만에 전국의 확진환자가 5000명을 넘어섰고 이 신종 감염병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 인천시는 공항과 항만이 위치해 내·외국인의 입출국이 잦은 만큼 초반부터 시와 군·구, 공사·공단 등 모든 행정기관이 공조해 물샐틈없는 방역과 선제적으로 의료 체계를 마련해 철저하게 대응해 왔다.

이 결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지난 4일 기준 인천의 확진환자는 9명으로 국내 전체 확진환자의 0.2%이다.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은 0.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이 중 국내 첫 확진환자인(2월 16일 퇴원) 중국인 여성(35·중국 거주)과 인천의 세 번째 확진환자였던 문화유산해설사(2월 25일 인하대병원 음압병동 격리, 지난 3일 퇴원) 한국인 남성(57·미추홀구 거주) 2명은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후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 접촉자 23명 전원이 모두 감염되지 않았고 꼼꼼하게 일지를 기록해 동선 및 접촉자 파악도 신속하게 이뤄져 모범 사례로 전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는 인천시와 10개 군·구에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고 긴급업무체계를 갖춰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월 20일부터는 전국적인 확진환자 급증으로 지역사회 감염위험도 높아짐에 따라 정부보다 먼저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심각단계’로 가정하고 행정기관은 물론 유관기관들과 선제적인 조치에 착수해 상황 발생 시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대응태세를 갖췄다.

이같은 내용으로 ‘인천은 선제적 대응과 성숙한 시민의식 등으로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는 피알성 보도자료가 결국, 시민 불안과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부메랑이 되서 돌아왔다.

보도자료 배포 5일만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인천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10일 인천지역 확진자는 콜센터 근무자 13명과 접촉자 2명을 합쳐 순식간에 15명으로 늘어났다.

인천은 이날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자 15명이 추가됐고 지난 11일에도 또 다시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면서 인천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25명으로 불어났다.

확진자 수가 9명으로 한자리 숫자에 불과했던 인천이 이 처럼 며칠 사이 붕괴된 것이다. 이럼에도 인천시는 성숙한 시민의식, 발빠른 대처 등을 자랑하며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렸다.

게다가 인천 길병원 감염내과 모 교수도 “인천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감염병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 스스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 지역사회 감염을 막은 주된 원인일 것”이라고 말한 내용도 홍보용으로 포함했다.

결국, 너무 앞서 나간 인천시의 피알 행정이 스스로 화를 불러 일으키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이를 놓고 일부시각에서는 “대구시는 난리인데, 인천시는 반대로 무슨 자랑거리라도 된 듯 ‘자화자찬’까지 해야 했는지 안타깝다”며 “너무 성급한 탓에 결국 역공을 당한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공항과 항만이 있는 관계로 인천은 감염 노출이 타 시·도에 비해 큰 것은 사실이다. 국내외인들의 접촉이 상당히 많은 도시로, 타 시·도와 비교해 볼 때 확진자 발생 수가 아직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서울 구로 콜센터 확진자 발생과 인천과 가까이 인접해 있는 경기도 김포, 부천, 안산, 시흥 등지에서도 확진환자 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언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아직 마음 놓기에는 이른 편이다.

흔히 ‘나대다가 큰코다친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천시는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차분하게 대처하는 행정력과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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