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실종된 봄’…벚꽃축제도 식목월 나무심기도 모두 취소
뉴스종합| 2020-03-12 09:51
지난해 식목월 행사에서 시민들이 나무 심기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도심 공원의 초록색도 빼앗을 기세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매년 3월 중순께부터 해 오던 ‘식목월 나무심기 행사’를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이미 응봉산 개나리축제와 여의도 봄꽃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석촌호수 벚꽃축제도 취소 수순 절차다. 서울의 유명 봄꽃축제들이 자취를 감추며 상춘객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식목월 나무심기 행사’를 코로나19 관련 정부와 지자체 행사 운영지침에 따라 취소한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시는 애초 이달 20일부터 4월 중순까지 한달간 한강 광나루 하천변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열려고 했다. 시는 2013년부터 매해 4월5일 식목일(日)이 아닌 식물을 식재하기 좋은 시기인 3월 중순께부터 한달간을 식목월(月)로 정해서 관련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께만해도 식목월 나무심기 행사 계획은 살아있었다. 2월23일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고, 사흘 뒤 중앙안전대책본부로부터 야외의 다수 밀집 행사의 취소 또는 연기 지침이 내려오면서 이 계획은 틀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3월 초에 17개 시도 중 12개 시도가 식목일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를 결정했다”며 “행사 개최를 검토하던 인천, 대전, 강원, 충남, 충북 등 5개 시도도 취소 또는 연기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향후 코로나19로부터 안전성이 확보된 다음에 행사 개최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식물 식재에 적합한 기후환경이 따로 있는 만큼 올 봄은 건너뛰고, 올 가을철에 ‘숲가꾸기행사’의 규모를 키우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해 시의 식목월 행사 때에는 25개 모든 자치구가 참여해 공원과 하천 등 27곳에서 주민 1만2000명이 나무심기, 나무 나눠주기 등의 활동을 했다. 한달간 15만 그루의 나무가 심겼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서울 시내 곳곳에 새 나무가 지난해 수준으로 뿌리를 내렸을 터다. 이는 2022년까지 서울에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획인 ‘2022-3000, 아낌없이 주는 나무심기 프로젝트’의 완성과도 관련 있다. 미세먼지 문제, 도심 열섬 현상을 해결하고 시민에게 청정한 대기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이 프로젝트는 2019~2022년에 모두 4800억 원을 투입, 1500만 그루를 심어 민선 6~7기 전체 3000만 그루의 ‘도시숲’을 확충한다는 목표다.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게 됐다.

지난해 여의도 봄꽃축제 기간에 윤중로에 인파가 몰려든 모습. [영등포구 제공]

서울 최대규모 벚꽃축제인 석촌호수 벚꽃축제의 취소 확정 여부는 금명간 판가름난다. 주최 측인 서울 송파구 관계자는 “13일 간부회의에서 석촌호수 벚꽃축제 개최안을 심의하는데,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솔직히 99.9%”라고 말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다음달 6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앞서 영등포구는 지난 10일 구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2020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이하 봄꽃축제)’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 지난해 520만명이 다녀간 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리지 않는 건 2005년 첫 개최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영등포구가 축제 최소를 확정한 날은 인근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사례가 발생한 날이다. 구는 만일에라도 만개한 꽃을 보고자 윤중로를 찾는 시민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청소‧주차‧교통‧노점상 단속 등에 힘을 쓸 계획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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