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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감염병 스트레스' 또다른 질병 현실…"의심 많아지고 불안" 호소
뉴스종합| 2020-03-12 10:26
지난 8일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에 마련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1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진, 군, 소방,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경증 환자로 입원했다가 격리 해제된 퇴소자들을 배웅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물리적 방역만큼 심리적 방역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우울감, 무기력증,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마음 병' 환자가 늘고 있다. 자가격리, 재택근무 등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 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1339콜센터로 우울감, 불안감 호소와 같은 심리상담 민원이 하루 10여건 발생하고 있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여건씩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심리상담 미원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접수되고 있다.

주로 기운이 없고 무기력하다거나 잠을 잘 못잔다는 내용이 많다. 의심이 많아져 주변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는 반응도 있다. 또 확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직장 동료, 동네 주민들로부터 받는 눈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했다.

민원인은 확진자뿐만 아니라 자가격리 경험자,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특히 약 6000명의 확진자가 나온 대구·경북 주민은 외부서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한다. 대구·경북에서 왔다고 하면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도 있고, 주변 지인들도 만남을 꺼려하는 일을 겪기 때문이다.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의 함께 이겨내기 캠페인: 어떻게 지내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코로나 블루(blue·우울감)'로 불린다. 일상을 잃어버리면서 일어난 변화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아이들은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주변인들과 접촉이 사라졌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간 갈등도 생겨났다. 실제로 자살까지 고민해봤다는 상담이 있었다고 한다.

육성필 한국심리학회 위원장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어찌할지 모르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싶다거나 자살까지 생각해봤다는 반응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과의 단절로 인해 스트레스, 불안, 초조 등 심리적 불안정한 상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마음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한국심리학회에서 진행중인 '1-3 Hello 어떻게 지내'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하루 3명에게 안부를 묻고,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점이 무엇인지 어려운 마음을 서로 공유하는 행동이다. 건강한 일상 SNS 올리기 등도 사회적 단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무료로 전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방대본과 심리학회는 전문가 230명을 투입해 하루 48명씩 전문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경증 환자용 생활치료시설에 정신과 전문의를 지정하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육 위원장은 "주변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 알려줘도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정서적 안정을 찾게 된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얘기하면서 나만 고통을 겪고 있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느낀다면 훨씬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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