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권운동가들 “중국·대구·신천지에 대한 혐오 멈춰야”
뉴스종합| 2020-03-12 10:36
12일 오전 경찰이 대구 남구에 위치한 신천지교회(대구교회) 행정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대구 등 특정 지역민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인권운동가들이 “특정인에 대한 혐오가 지나치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이 중국인, 신천지 등 혐오 대상을 만들어 억울한 인권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는 피부, 인종, 종교,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며 “당장 혐오 대상을 만들어 낸다고 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인 박상훈 신부 역시 “전염병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여러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며 “하나를 삼아서 극단적으로 배제하, 혐오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채민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사무국장도 “특정 집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다”며 “이들이 감염병의 온상인 것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인을 대상으로 했던 혐오는 대구 지역민과 신천지 교인으로 번졌다. 특히 여당 지지자들은 신천지와 대구를, 야당 지지자들은 중국을 향한 ‘혐오 대결’ 양상도 띠고 있다.

‘중국인 자체가 폐렴균’, ‘짱깨(중국인 혐오) 폐렴’ 등의 표현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라고 했다가 일부 시민단체가 김 씨에 대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기도 했다.

신천지 신도들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울산에서 60대 신천지 여성 신도가 극단적 선택을 한데 이어, 전북 정읍에서도 50대 여신도가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들 모두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종교문 제로 가족 간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활동가들은 특히 신천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지나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역과 혐오는 별개라는 것이다.

오 국장은 “신천지 추수꾼들이 기성 교회에 가서 신분을 숨기고 침투하는, 바람직하지 않는 선교 방식이 인정돼야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신천지 본부에서 대응을 잘못한 부분은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신천지 교인이라는 이유로 혐오 대상으로 삼는 것은 멈춰야 한다”고 했다.

박 신부 역시 “신천지가 교세 확장 방법이나 종교로서 지향하는 바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신천지 지도자들과 신도들에 대한 접근은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국장은 “신천지가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지목을 해 버리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cook@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