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伊유학 한인학생들 “안전불감증 불안…마스크 착용도 눈치”
뉴스종합| 2020-03-12 11:33

유럽 대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긴 이탈리아의 한인 유학생들의 불안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가 2000명 이상 늘어난 이탈리아의 한인 유학생들은 저마다 이탈리아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불안을 토로했다. 학생들은 유럽 문화권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 차이’를 원인으로 꼽았다.

밀라노에서 패션경영학 석사 과정을 전공 중인 이모(26) 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사람들 자체는 그냥 감기라고만 생각하는 등 아직 평온하고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며 “마스크를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유럽인들은 마스크는 환자만 쓴다는 인식이 있어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눈치보느라 쓰고 다니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저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감염될까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피렌체로 교환 학생을 온 대학생 A(22) 씨도 “모두가 태연해서 오히려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A 씨는 “여전히 피렌체에선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렵고 이탈리아 대학 측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메일도 없었으며 심지어 태연하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며 “50명 중 1명이 쓸까말까 할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마스크는 병에 걸린 사람이 쓰는 것이지 예방은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신들이 느꼈던 이탈리아인들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탈리아 중부로 어학연수를 온 대학생 B(23) 씨는 “동양인들에 대한 바이러스를 이용한 차별이 만연하다”며 “동양인이 옆에 지나갈 때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가린다든지, ‘코로나 바이러스다’라며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도 “한국인 지인이 대중교통을 이용 하던 도중 눈이 마주친 이탈리아 할머니가 스카프로 얼른 코와 입을 막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인종 차별이 위협과 공포로 이어져 귀국을 결정하는 학생도 생겼다. 귀국을 준비 중이라는 A씨는 “평소 한산하던 동네 마트 입구에 줄이 30명 넘게 이어져 다른 마트를 갔는데 갑자기 커다란 차에서 한 남성이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며 “옆에 있던 친구에게 그 뜻을 물어보니 심한 욕설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불쾌했고,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협을 하는 사람들이 무서워 급하게 귀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A 씨는 “한국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이탈리아 의료 서비스는 불안하다”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자가 격리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한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항공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많은 학생들이 학기 중임에도 한국으로 떠났다”며 “일단 (한국으로 가는)직항은 모두 폐쇄가 됐고 경유로 구한 비행기마저 자꾸 취소가 되는 상황이라 한국으로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A 씨도 “평소 피렌체에서 (프랑스)파리까지 많아도 20만원이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 이번엔 89만원에 표를 구매했다. 이 동제한령 이후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을 국내로 보낼 전세기 투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앞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9일(한국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탈리아 이동 제한 지역 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 약 2200명의 국민들을 전세기를 투입해 데려오는 것에 대해 “항공·교통편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상황으로 보여 전세기 투입은 현지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검토하게 될 것 같다”며 “이탈리아가 아무래도 급속히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서 (이미 시행 중인)중국·일본에 추가해서 특별 입국 절차 적용이 필요한지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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