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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동선 비공개 지침?…"공무원 확진자 보호용" 세종 주민 불만
뉴스종합| 2020-03-13 10:45
13일 세종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공무원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동선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카페 캡처]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공개를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서는 상호명을 비공개했지만 시민들은 공무원 확진자를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13일 보건당국과 세종시 등에 따르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1일 지방자치단체에 새로운 코로나19 대응지침을 내려보냈다. 확진자가 다수 발견된 장소에 한해 구체적인 상호명을 공개하도록 제한했다. 추가적인 접촉자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에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방문했던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당시 증상은 심각했는지, 머문 시간은 얼마나 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역학조사관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지자체별로 동선공개 기준을 통일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이런상황에서 세종시는 지난 12일부터 확진자들이 방문한 식당·마트·병원·약국 등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어진동 ○○식당, ○○김밥, ○○마트, ○○통닭, ○○카페 등으로 표기했다. 거주지도 장군면, 어진동 오피스텔 등과 같이 단순하게 밝혔다. 이렇게 동선을 비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세종 1~17번 환자들의 동선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실시간으로 방문했던 식당, 카페, 아파트 단지 이름이 공개됐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세종시민들은 불안을 표했다. "왜 하필 중앙부처 공무원 중 환자가 나오자 지침을 바꿨느냐.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식의 반응이다.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하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인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교육부, 국가보훈처 등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집단감염 현실화 우려 속에 이날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연합]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세종시 내 확진자 수는 34명이다. 이 중 해양수산부 20명, 보훈처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대통령기록관 각각 1명 등 총 24명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나왔다. 동선공개 지침이 변경된 지난 12일 하루만에 해수부 공무원 13명, 이날 2명이 무더기로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세종시는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바뀐 지침에 따라 상호명을 비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 문제, 소상공인 보호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3번 환자의 경우 거주지가 공개돼 큰 고통을 받았고, 확진자가 거쳐갔던 식당, 병원 등은 극심한 피해를 호소했다"고 며 "시민들의 불만도 이해하지만 자영업자들의 피해 보호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들도 이런 반응에 더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우리 부처가 감염지로 부각돼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최선을 다해 예방했는데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16일부터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교대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를 실시한다. 부서의 3분의 2만 출근하고 나머진 재택 대기를 한다. 원거리 거주자일 수록 재택 대기를 권장한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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