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총체적 군기강 난맥상 드러낸 해군기지 침입 사건
뉴스종합| 2020-03-16 11:23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이 충격적이다. 휴일도 아닌 평일, 그것도 백주 대낮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외부인이 군사기지를 활보하고 다니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로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섬’이란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까지 찍었고, 이를 SNS를 통해 공개했다. 우리 군 기강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지가 어제오늘이 아니라고 하나 이토록 바닥까지 떨어졌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군 기강의 총체적 난맥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간인 2명이 기지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한 것은 지난 7일이었다. 한데 외부 침입 등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CCTV 등 능동형 감시체계의 핵심 기능이 고장나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군과 민간업체가 수개월 전부터 수리작업을 해왔지만 고치지 못했다고 한다. 일분 일초도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군부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백번 양보해 그럴 수도 있다치자. 그렇다면 단순 촬영되는 CCTV 화면이라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는 게 기본인데 이마저도 놓친 것이다. 경계병이 목격하지 못했고, 경보음도 없고, 화면 감시도 못해 3중의 경계망이 뚫린 것이다.

침입 민간인을 발견한 이후의 대처는 더 황당하다. 무단침입 사실은 사건 발생 1시간가량 지난 뒤 초소 근무 교대 과정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5분대기조는 침입 두 시간가량이 지나서야 현장에 출동해 침입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민간인이 아니라 전시상황의 테러분자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북한 목선이 삼척항 들어와 승선자가 상륙할 때까지 까맣게 몰랐던 어처니없는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2012년에는 북한 병사가 3중 철책선을 넘어 전방초소 내무반 문을 직접 두드린 ‘노크 귀순’ 사건은 경계 실패의 대표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여전히 경계망이 숭숭 뚫리고 있다. 기강 해이를 넘어 군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은 경계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제주기지는 물론 상급부대인 3함대사령관 등 지휘라인을 문책할 방침이라고 한다. 당연히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군 전반의 경계시스템 재점검과 땅에 떨어진 기강을 거듭 다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강군(强軍)은 천문학적인 예산만 투입한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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