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글로벌 금리인하 러시에 한은 신중론은 늑장 조치일뿐
뉴스종합| 2020-03-16 11:2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 3일 0.5%포인트 인하에 이어 불과 13일 만에 1.5%를 내렸다. 두 번 모두 시기와 인하폭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격적인 조치다.

그 뿐이 아니다. 연준은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한편 긴급 대출 기간을 90일로 늘리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으로 줄였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가계에 대출을 옥죄지 말라는 의미다.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0.00~0.25%의 제로 레벨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한 지난 2008년의 ‘제로금리’ 정책이 12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파장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판단인 셈이다.

특히 미 연준은 캐나다·영국·일본·유럽연합(EU)·스위스 등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5개국 중앙은행들에 대해 달러 대출금리를 낮추고 대출 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이른바 글로벌 달러화의 유동성 확대 공조다.

이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를 넘어버렸으니 금리인하를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지금은 비상한 시국이다.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정부의 재정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항변은 일반적인 경기침체 조짐일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사실 타이밍은 이미 놓쳤다. 지난달 27일 금통위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러시가 이뤄졌으니 얼마나 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졌겠는가. 마치 세계적인 통화 공조를 우리 금통위가 주도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최근 수요와 생산 위축은 불안심리 확산 때문이라 금리조정보다는 미시정책이 효과적”이라던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의 판단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이젠 무엇을 해도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신중함으로 비춰질 리 없다. 떠밀려 가는 꼴이다.

남은 것은 한 가지다. 선제적이란 타이밍은 물 건너갔으니 좀더 과감한 인하폭과 적절한 폴리시믹스로 금리인하 조치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시중 부동자금이 1200조원을 넘는 상태에서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효과없이 부동산 시장만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계 및 기업에 선별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기재부는 물론 금융위까지 망라하는 폴리시믹스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고서야 금리인하를 지금껏 미적거려온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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