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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때문에…시민도 약사도 “지친다 지쳐”
뉴스종합| 2020-03-20 09:52
광화문사거리에 위치한 약국에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최원혁 기자/choigo@]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사거리 한 약국 앞에는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 수십여명 일렬로 서 있었다.

긴 행렬 가운데 한 어르신이 앞에 서 있는 대기자에게 ‘내가 44년생인데 오늘 마스크 받을 수 있나’고 묻기도 했다. 어르신은 지난주에는 요일을 제대로 확인 못해 헛걸음 했었다고 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약국 등 판매처 앞에는 마스크 2장을 사기위해 긴긴 줄을 서고 있다.

광화문 근처에 사무실을 둔 4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오늘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다 지쳐버렸다”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겠지만 (끝나는) 그날까지 줄서기는 계속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줄을 서다보면 가끔 무리중에 확진자가 있지는 않을까하는 아찔한 생각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최근 콜센터·교회 등서 집단감염이 크게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작 약국 앞에서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로 붙어 있는 모습이 쉽게 보인다. 이처럼 줄 서기가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주변 약국도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최원혁 기자/choigo@]

같은날 오후 3시 여의도 증권가 주변 약국 앞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붙어서 긴 행렬을 이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은 “매번 이렇게 일을 하다 말고 중간에 나와 마스크를 구매하는게 쉽지 않다”며 “직장인들 편의를 위해 온라인 예약 판매 시스템 도입 같은 대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편 약국에는 줄이 없었다. 매장 문앞에 ‘공적마스크 마감’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매장 정문에는 다양한 안내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공적마스크 판매 시간 안내문과 함께 공적마스크 5부제 안내, 번호표 없음 등 다양한 안내문들이 눈길을 끌었다.

약사들도 공적마스크를 구해야 하는 시민들 만큼 고충이 크다.

배분 받은 마스크를 다 팔고 난 뒤에도 매번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에게 품절됐다고 말하고 다른 약국 안내를 무한 반복한다.

30년 동안 약국을 운영한 한 약사는 “공적마스크가 들어오면 바로 마스크 판매에 투입된다”며 “마스크를 판매하는 동안에는 다른 고객들 약 처방이나 업무를 전혀 볼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공적마스크가 낱개 포장으로 들어오는 날이면 그나마 일이 수월한데 대부분 5개 묶음 마스크가 들어온다”며 “이럴 경우 직접 1인당 2매씩 마스크를 일일이 소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덧붙였다. 약사는 공적마스크 한장을 1500원에 팔면 400원이 남는데 솔직히 공적마스크 배분부터 판매하는 시간에 매장에 있는 약을 파는게 더 남는 장사라고 말하며 힘든 속내를 내비쳤다.

공적 마스크 판매에 있어 시민·약사들의 편의 향상과 2차 감염에 대한 안전을 고려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편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이면 화요일, 3·8이면 수요일, 4·9면 목요일, 5·0이면 금요일에 공적 판매처에서 공적 마스크를 1인당 2장씩 구매할 수 있다. 어린이(2010년 포함 이후 출생), 노인(1940년 포함 이전 출생),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을 대신해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이 대리구매자의 공인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주민등록번호 모두 기재), 장기요양인정서 등을 함께 보여주면 대리 구매를 할 수 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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