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팀장시각] 저금리 시대와 검찰 개혁
뉴스종합| 2020-03-26 11:21

저금리 시대다. 예금금리가 1%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1억원을 은행에 맡겨도 1년에 100만원을 못 받는 셈이다.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며 투자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라임사태도 저금리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를 축적할 수 없다. 위험을 감수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고위공직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식을 백지신탁 하지 않고 매각대금을 털어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이 사모펀드를 운용했던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는 7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월 860만원씩 1년 반 동안 총 1억57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횡령에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정 교수는 빌려준 돈의 이자일 뿐 투자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 교수가 빌려준 돈은 5억원이었다. 돈의 성격이 이자라 하더라도, 연 20%의 고율인 셈이다. 정 교수의 동생이 넣은 돈 5억원을 더해 대여금이 총 10억원이라고 쳐도 10%이율이다. 상당한 고리인데, 이 과정에서 정 교수는 원천징수한 세금까지 달라고 요구하는 꼼꼼함을 보였고, 사모펀드 운용사 직원들은 추가로 27만원을 더 보냈다.

조 전 장관의 친동생은 웅동학원 공사대금 채권을 부풀려 배우자 명의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서도 고리의 이자가 등장한다. 부친이 이사장이었던 웅동학원 공사를 하도급받았고, 대금 16억원을 받지 못하자 두 차례 소송을 내 승소했다. 원금 16억원은 현재 100억원을 넘어섰다. 연이율 24%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16억원의 공사대금 채권도 허위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 웅동학원 공사를 맡았던 현장소장이 출석해 하도급을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라임 투자자들 전부가 피해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중에서는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넣은 사람도, 정말로 꼭 필요한 설명을 못 들었거나 투자를 권유한 업체의 말에 속아 사기에 가까운 피해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옳은 방향이다. 기소를 맡는 검찰은 수사 주체를 통제하는 역할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조 전 장관 취임 이전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는 상당 부분 축소한 상태였다. 다만 검찰이 다른 유관기관과 협업을 하던 특화부서들은 남겨놓았다. 식품의약 분야 중점청으로 운영되던 서울서부지검, 금융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던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단이 대표적이다. 이들 부서는 검찰의 과잉수사나,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는 무관하게 민생과 밀접한 사안을 다루는 곳이었다.

저금리 시대에, 사모펀드 규제는 촘촘하지 않으니 앞으로 더 많은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넣을 것이다. 누군가는 돈을 부당하게 빼돌릴 기회로 여길 것이고, 관련 범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일가는 적게는 10%, 많게는 20%가 넘는 수익을 위험부담도 없이 챙겼다. 아마 라임 투자자들 모두가 이율이 조 전 장관 배우자나 동생이 받던 20%대 수익을 보장받지는 못했을 텐데,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금융수사 중점청이 간판을 내려가는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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