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경찰, 암호화자산 익명성 허물기 ‘거래소 공조작전’
뉴스종합| 2020-03-26 11:27

경찰이 일명 ‘박사방’과 ‘n번방’ 수사를 계기로 암호화 자산의 익명성을 허물고 있다. 당초 암호화 자산의 익명성 보장은 자금 세탁 우려에도 상속, 증여 등에서 자유로운 요인으로 작용해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익명성이 범죄의 도구로 전락하자, 경찰과 국내 주요 암호화 자산 거래소들은 적극 공조에 나서고 있다.

26일 경찰과 암호화 자산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미성년자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과 ‘박사방’ 가입자들은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 자산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거래소에서 암호화 자산을 구매하거나 ▷암호화 자산 구매 대행업체를 이용해 송금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비트코인·모네로 외의 암호화 자산을 활용한 가입자들은 비교적 쉽게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은 공개원장을 통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을 추적할 수 있어 익명성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모네로와 같은 ‘다크코인’은 매수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한다. ‘박사방’이 가입 신청자에게 주로 모네로를 요구한 이유다.

다만 경찰은 국내 주요 암호화 자산 거래소는 물론 구매 대행업체에도 협조를 요청해 모네로의 익명성을 허문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암호화 자산 거래소들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수사 당국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이들 거래소는 이용자 가입 시 개인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며, 암호화 자산 구매 시 시중은행 계좌에 연동시키고 있어 추적이 수월하다. 해당 거래소들은 회원 정보, 거래 내역 등이 담긴 명단을 경찰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암호화 자산에 대한 선입견을 벗고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계기로 삼는 분위기다.

암호화 자산 거래에 능숙하지 않은 일부 가입자들이 모네로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한 것도 수사에는 호재다. 구매 대행업체 B사는 모네로 대리 구매를 요청한 이용자의 이름, 연락처, 이메일 등을 필수 기재하게 했으며,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회원의 명단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암호화 자산 거래소 3곳(빗썸·업비트·코인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9일에는 암호화 자산 구매 대행업체 1곳을 압수수색하고, 21일에는 다른 대행업체 1곳에 대해 수사 협조를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다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암호화 자산 거래소들·구매 대행업체들로부터 회신받은 자료를 분석 중에 있다”며 “수사 중인 관계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호 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