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민식이법’ 시행 이틀째…“개학하면 더 큰일, 개정 필요”
뉴스종합| 2020-03-26 11:33

스쿨존 내 무인 단속 카메라·신호기 의무 설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 시 최대 무기징역을 받도록 처벌 수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몰리는 개학 이후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높은 처벌 수위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 이틀째인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민식이법의 개정 필요성과 개학 이후의 높은 사고 가능성에 대해 토로했다. 학부모 김모(48) 씨는 ”개학을 하게 되면 등교를 시키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지각할까봐 걱정하는 부모들 마음도 있을 것이고 차가 밀리다 보면 싸움도 많이 날 것 같다“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서행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닌데 형량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또 다른 김모(42) 씨도 ”형량을 높게 처벌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처벌 강화보다 학교 앞 안전운전이 매우 필요하다는 인식의 변화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민식이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은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9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어린이 보호 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 주차 금지 의무화엔 찬성을 한다’면서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극구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 사고의 경우 받을 형량이 ‘윤창호법’ 내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같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와 순수과실 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받는 것은 이치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헌법이 보장하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맘카페의 한 이용자도 이날 오전 8시께 ‘스쿨존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교사, 등하교시키는 학부모, 상가 상인들, 거주자들이다.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기 전에 (민식이법을)개정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 다른 이용자들도 ‘운전자도 갑자기 뛰쳐나오는 애들을 순간적으로 멈춘다고 사고가 안 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운전자 모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법안’ 등 동의하는 댓글을 남겼다.

초등학교 관계자들도 개학 이후 문제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학부모들이 차를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라 개학을 하고 나면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개학 후 가능하면 차량을 가지고 다니지 않도록 자제 요청을 하거나 특히 더 조심하라는 안내와 연수도 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차량이 더 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 중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에 징역에 처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과속 방지턱, 신호등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2건을 뜻한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당시 8세)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발의돼 같은 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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