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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배민’ 현장조사…‘데이터독점’ M&A심사 핵으로
뉴스종합| 2020-04-08 11:26

정보독점 이슈가 기업결합(M&A) 심사의 화두로 등장했다. 국내 배달앱 순위 1, 2, 3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배민)’과 ‘요기요’, ‘배달통’이 모두 한 회사로 결합하면 자연스레 정보독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점을 중점적으로 조사키로 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른 시간 내 서울 송파구 소재 배달의 민족 본사에 직원을 보내 정보독점 관련 현장조사에 들어간다. 배민이 영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하고 어느 정도 개방하고 있는지, 다른 불법적인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 않는지 등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현장조사까지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다. 그만큼 배민의 정보독점을 공정위가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기업들이 영업비밀을 내세워 빅데이터 자료 제출을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조사를 통해서라도 정보독점 이슈를 면밀하게 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정보독점을 조사·검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고친 후 처음 들어온 오픈마켓 사건이기 때문이다. 향후 매물로 나온 옥션·지마켓 운영사 이베이코리아도 정보독점이 기업결합 심사에 쟁점이 될 수 있다. 개정된 기업결합 심사기준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때 ‘정보자산’을 주요하게 살피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가 자산 역할을 하게 된 만큼 정보독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땐 M&A를 불허할 수 있다.

배달 앱 운영사는 고객정보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메뉴, 주문 시간대 등 방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가맹점인 음식점으로부터는 지역 상권 현황, 소비 패턴 등 정보를 수집한다.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 3개 회사의 합병으로 나타나는 정보독점이 다른 경쟁 사업자 탄생을 막을 우려가 있거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면 M&A에 부정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 배민이 서울 강남구에 치킨집이 부족하다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사업에 진출하고, 자사 브랜드를 마케팅에 우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축적된 거래 데이터를 이용, 자사 상품을 우선적으로 마케팅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유럽 경쟁당국은 아마존의 자기편익 행위(self-preferencing)를 조사 중이다.

소비자와 가맹점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양면시장이라는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때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후발주자에겐 경쟁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두 사업자가 서로 경계를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시장 점유율 100%에 이르는 한 기업(배민)이 각종 데이터를 독점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 소지가 있다”며 “정보독점을 수단으로 새로운 사업자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공정위가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시정명령을 통해 조건부 허용을 할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현장조사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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