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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비례당 난립…결국 거대양당 독식…‘소수정당 국회진입’ 유권자 혼란만 불렀다
뉴스종합| 2020-04-16 11:09

35개 비례대표 정당에 48.1cm 투표용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꼼수’ 비례위성정당까지.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돕기 위해 제21대 총선에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결국은 ‘한편의 촌극’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는 거대양당 정치로 회귀했고, 유권자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16일 헤럴드경제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재개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준연동형 비레대표제는 전체 비례의석 47석 중 30석은 정당 득표율 기준으로 50%를 연동해 의석을 배분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 병립형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방식이다. 소수정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20석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가졌던 민생당은 2.72%의 지지율을 기록, 원외정당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역시 한 자릿수 의석수에 그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양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지역구 후보만 내고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비례위성정당에 표를 ‘몰아주기’하는 꼼수를 감행했다. 때문에 정당투표 용지에서 기호 1번과 2번이 빠지면서 유권자들에게 극심한 혼란을 주기도 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꼼수정당, 위성정당이 생겼고 정당 정치가 다시 한 번 거대 여야를 중심으로 편성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선거법이) 사실상 개악된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정당당한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전혀 헌법정신이나 법의 취지를 사실상 퇴보시키는 형편없는 정치 행보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든 뭐든 지역구 대 비례대표 후보를 반반씩 내야 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았다”며 “(이번 총선 결과는) 예견된 문제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비례대표를 노린 급조정당이 난립하며 이번 총선에 무려 35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역대 최장인 48.1cm의 투표용지가 탄생, 수개표를 진행한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법이) 이대로 갈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민주당이 먼저 (선거법 재개정을)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원정수를 조정하든지 제도를 바꾸든지, 지금처럼 떴다방식 비례대표에 숟가락을 얻는 정당, 위성정당이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총선은) 정당정치의 본류가 아니다.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 책임을 지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윤희 기자·김빛나·박재석·박지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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