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휴가 바닥났는데…‘엄마개학’ 언제까지?
뉴스종합| 2020-04-17 11:38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7일 오전 세종시 다정동 한결초등학교를 방문해 온라인 수업을 참관하며 모니터를 통해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전국 초등학교 1~3학년을 뺀 초·중·고등학생 398만여명이 일제히 원격수업을 시작한 16일에도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오는 20일 전국의 초·중·고생 약 542만명이 모두 원격수업에 참여할 경우 대혼란이 예고된다. 더욱이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부모나 조부모 도움 없이는 원격수업 및 과제 수행이 어려워 사실상 ‘엄마개학’ ‘할머니개학’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당분간 문제가 생기면 보완해가는 식으로 원격수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혀 ‘과연 누구를 위한 원격수업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학교 1~3학년은 지난해 기준 약 143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에는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 542만여명이 일제히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문제는 원격수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교육 당국이 제공한 원격수업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가 계속 접속 오류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EBS와 KERIS는 “국소적이거나 간헐적인 지연 현상이 나타났을 뿐, 전체적으로는 원활한 학습이 이뤄졌다”며 “일본 등 외신에서 취재를 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을 했다고 본다”고 자평했지만 접속 지연을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잇따랐다.

교육부는 “학생과 교사들이 서비스 활용에 무리가 없도록 고쳐나가겠다”며 “접속이 안 돼 출석 체크를 못했다면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대체하고, 수업을 못했다면 7일 이내 강의를 수강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불편은 매우 심각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접속 오류로 며칠간 종일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니, 시간만 낭비되고 피로하다”며 “언제까지 원격수업을 들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사실상 ‘엄마개학’ ‘할머니개학’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학부모 이모 씨는 “16일 원격수업 때문에 휴가를 내고 오전 6시부터 사이트에 접속해 대기했지만 결국 원격수업도 못하고 e-메일로 과제를 받았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초등학생 원격수업은 사실상 엄마개학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김모 씨는 “학교에서 교과서와 학습꾸러미 등을 받아보니 시간표대로 EBS 방송 틀어주고 이야기를 나눈 뒤 꾸러미에 있는 과제를 시간대별로 다 챙겨줘야 하더라”며 “마지못해 학교에 긴급돌봄을 신청했는데 인원이 많아서 추가로 받지 못한다고 하니, 맞벌이부부는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수업일 수 채우기에만 급급해 철저한 준비 없이 원격수업을 강행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맞벌이부부 조모 씨는 “접속은 안 되고 과제는 많고, 결국 종일 부모나 조부모가 매달려 챙겨줘야 하는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원격수업”이라며 “원격수업 시행에 따라 손해를 보는 학생과 학부모 등의 고통을 외면한 채 수업일 수 채우기에만 급급한 교육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장연주 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