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세계의 ‘메이드인 코리아 진단키트’…“한국은 다 계획이 있었다”
뉴스종합| 2020-05-02 11:20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검사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해외에 진단검사 키트 등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27곳에 이른다.

미국 79만, 스페인 20만, 이탈리아 18만, 중국 8만, 그리고 한국 1만674명. 4월 21일 현재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이다.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의 확진자 수는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적다. 많은 나라가 한국을 코로나19 ‘방역 모범국’ 중 하나로 꼽는 이유다.

지난 3월 초만 해도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며 다른 나라로부터 입국금지 조치까지 당했던 한국이지만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한 곳이 됐다. 이처럼 한국이 성공적인 방역 결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로 대규모 ‘진단 검사’ 역량을 둘 수 있다.

이렇게 빠르고 많은 진단 검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보건당국과 진단기기 제조사들의 선제적인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누적 검사 건수 56만건…미국, 뒤늦게 검사량에만 집중=현재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20일 0시 기준 56만3000여건이다. 이 중 55만1000여건의 검사가 완료됐는데 54만명 음성, 1만674명은 양성 판정을 받았다. 1만1900여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수치대로라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5178만명) 100명 중 1명 이상이 검사를 받은 셈이다.

반면 가장 상황이 심각한 미국은 19일 현재 418만건의 진단검사가 실시됐다. 절대 수치로는 한국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차이가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가장 정확도가 높은 실시간유전자증폭검사법(RT-PCR)을 사용해왔다. 진단검사 수도 꾸준히 늘리면서 지금은 하루 최대 3만건의 진단검사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초기에는 진단검사에 소극적이었다가 최근 환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자 적극적인 진단검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사용하는 진단검사에 대해서는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FDA의 심사없이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정확도보다는 검사 속도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미 언론이 지난 1월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만든 진단키트가 불량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골든타임인 지난 6주간 진단검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가 만든 진단키트는 정제수에도 양성 반응이 나올 정도로 허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진단기기 업체들, 코로나19 초기부터 개발에 뛰어 들어=반면 한국은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지난 해 말 중국이 코로나19 발생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한 뒤 1월 중순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유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사법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진단검사법이라는 대안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월 말 질병관리본부는 서울에서 국내 진단키트 개발 업체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을 독려했다. 질본이 개발한 진단시약 프로토콜도 공개했다.

그리고 2~3주 뒤 진단키트를 개발한 업체가 나왔다. 이 제품들은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긴급사용승인 제도는 감염병 대유행 등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하게 사용이 필요한 의료기기 허가를 면제해 한시적으로 신속한 제조와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SD바이오텍, 바이오세움 등 5개 업체의 진단키트가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씨젠 관계자는 “1월 말 질본과의 미팅에 앞서 씨젠은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을 예측하고 개발을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며 “당시 WHO가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을 공개했고, 독일 등에서 진단키트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높은 기술력과 진단키트 개발 노하우 쌓여=이처럼 선제적인 대응으로 진단검사 장비를 일찍 개발한 한국 진단기기 업체들은 현재 전 세계로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검체채취 도구와 진단키트를 생산해 수출하는 기업은 27개 기업에 이른다.

이 중 씨젠은 진단키트를 개발한지 두 달만에 1000만회 검사를 할 수 있는 분량을 60여개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상헬스케어의 진단키트는 최근 미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이런 진단검사 능력이 우수한 기술력과 그 동안 쌓인 노하우에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기환 체외진단기업협의회 전무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들은 앞서 다양한 진단키트 등을 개발한 경험이 있었고 매출의 70% 정도를 수출에서 올릴 만큼 해외수출에 대한 노하우도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새로운 진단키트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과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런 우수한 진단검사 능력이 현재까지 한국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