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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갤럭시S20, ‘코로나’ 직격탄!
뉴스종합| 2020-04-24 10:10
서울 종로구 T플레이스 종각점에 삼성전자 '갤럭시S20'과 '갤럭시S20+' 모델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역대급 카메라 스펙’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삼성전자의 올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이 ‘역대급 실패작’이란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 코로나19 사태와 보조금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로 무장한 중저가 스마트폰 군단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7~8월께 갤럭시노트20도 나온다. 갤럭시S20의 입지가 지금보다도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작 대비 ‘반토막’이라는 말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갤럭시S20의 참패는 삼성으로서는 뼈 아프다. 올해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전작대비 80%? 반토막?…실제 얼마나 팔렸나=1억 화소에 100배 줌이 가능한 카메라. 그야말로 현존하는 스마트폰 가운데 최고의 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20 출시에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출시 첫해 출하량이 4000만대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역대 갤럭시S 시리즈 가운데 출시 첫해에 4000만대 이상 판매된 건 단 두 종에 불과하다. 갤럭시S4 4500만대, 갤럭시S6가 4850만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갤럭시S20 판매량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비공식으로는 전작대비 80% 수준. 과연 그럴까.

이동통신3사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정식 출시된 뒤 47일(4월 21일기준) 동안 집계된 갤럭시S20의 국내 판매량은 45만3000대다. 3월 29만대, 4월 16만3000대(21일기준)가 판매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직접 판매하는 자급제 물량은 제외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10%에 불과한 자급제폰 비중이 출시 첫 1~2주에 20~30%까지 오르는 걸 감안해도 갤럭시S20의 판매량은 50만대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작인 갤럭시S10이 출시 47일 만에, 갤럭시S9이 60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작대비 반토막이 더 설득력이 있다.

갤럭시S20이 안 팔리는 건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삼성 프리미엄폰 최대 시장인 북미를 비롯해 유럽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2020년 32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던 갤럭시S20 판매량이 20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갤럭시S 시리즈가 출시 첫해에 3500만대가량 판매되는 것을 상기한다면 최악의 성적이다. 전작인 갤럭시S10도 출시 첫해 3600만대가 팔렸다. 갤럭시S7 약 4850만대, 갤럭시S8 3800만대, 갤럭시S9 3200만대가 각각 팔렸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 출시됐던 갤럭시S(2년간 2400만대), 갤럭시S2(1년1개월 만에 2800만대) 이후 역대 최악의 판매량이다. 갤럭시S와 갤럭시S2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을 여는 제품이다. 이들 제품과 판매량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조차 없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갤럭시 S20, 갤럭시S20+, 갤럭시S20울트라 [삼성전자 제공]

▶때를 잘못 만났다…앞으로가 더 큰 문제!=코로나19 악재를 피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경제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구매에 지갑을 닫았다. 여기에 최고가 159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단말기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낮춰줄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며 타격은 더욱 컸다.

역대급 스펙을 자랑하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혁신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폴더블폰(접히는폰) 갤럭시Z플립에도 시장을 일부 잠식 당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위협할 중저가폰이 쏟아진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중저가폰으로 수요가 쏠릴 전망이다.

애플 아이폰SE를 비롯해, 샤오미 홍미노트9S, 심지어 삼성전자도 A시리즈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거 출시한다. 여기에 LG전자도 야심작 ‘LG 벨벳’을 출시한다. 갤럭시S20은 출시 당시 경쟁 모델이 전무했다. 하지만 이제는 경쟁사 신제품들과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여야 한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는 확진자가 한자릿수대로 떨어졌지만 갤럭시S20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은 연일 수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실정이다.

갤럭시노트20에 ‘팀킬’ 당할 우려도 있다. 갤럭시노트20은 통상 7~8월께 출시된다. 갤럭시노트20이 나올 경우 갤럭시S20은 시장에서 잊힐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출시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며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이통3사를 통한 갤럭시S20 판매량이 16만3000대로 급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갤럭시S20울트라 [삼성전자 제공]

▶가격 인하…실구매가 낮춰야=갤럭시S20의 공시지원금은 이동통신3사를 아울러 17만~24만3000원. 최대 54만6000원에 달했던 전작인 갤럭시S10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에 갤럭시S20을 구매하러 왔다가 전작인 갤럭시S10을 찾는 소비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갤럭시S20이 판매 상승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공시 지원금을 현재의 2~3배 이상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현재 지원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적악화와 5세대(G) 설비투자,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쳤다.

시장에선 결국 갤럭시S20의 출고가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저가폰들이 대거 출시되면, 결국 가격이 갤럭시S20 판매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갤럭시S20 시리즈 출고가는 모델별로 갤럭시S20 124만원, 갤럭시S20+ 135만원, 갤럭시S20 울트라 159만원대에 달한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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