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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꾸준함의 대명사...양희영 ‘필드가 그리워’
엔터테인먼트| 2020-04-28 11:05

LPGA투어 13년차 양희영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통산 4승을 올렸고, 수년간 예선 탈락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본인의 바람대로다. 그렇게 양희영은 켜켜이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찾아온 강제 휴식은 또다른 삶을 살게 하고 있었다. 대회없이 집에만 머무른지 이미 두달이 넘었다. 심심해서 자신의 SNS를 통해 골프공 3개를 쌓는 진기명기를 해보는가 하면, 며칠전에는 리디아고의 생일이라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같이 저녁도 먹고, 신나게 노래 부르며 놀기도 했다. 열살에 골프를 시작한 이후 처음 맛보는 긴 휴식 시간이다. 밖에서 보는 골프 선수의 삶은 멋있어 보이고, 마음껏 여행을 하는 것처럼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늘 옮겨다니며 짐을 싸고 푸는 장돌뱅이의 삶처럼 고달프다. 그래서 선수들은 휴식 시간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집에서 뒹구는걸 즐긴다.

양희영은 모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인데도 요즘 조금 불안하다. 빨리 경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바쁘게 투어를 다닐때는 피곤하기는 한데, 막상 짐을 챙겨 집을 나설 때 기분이 좋단다. 기대가 되고 설레는 마음에 살짝 들뜨는 기분을 즐긴다. 게다가 양희영이 느끼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골프화를 신고 골프장에 나가 잔디를 밟을 때다. 주말 골퍼도 아닌데, 매순간을 그렇게 즐기는 걸 보니 천상 골프 선수로 타고난게 틀림없다.

현재 양희영은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데, 다행히 코스는 열려 있지만, 연습장은 문을 닫은 상태다. 그래서 집 차고에 연습용 네트를 치고 연습중인데, 오래 연습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집중도 잘 되지 않고, 매트에서 치다보니 샷 감각이 전혀 샤프하지 않단다. 잔디에서 칠 때는 바로 감이 오는데, 아무래도 매트에서 치다 보면 공이 웬만큼 맞아도 잘 나가니까 감이 무뎌진다. 집에서 잘 맞아 코스 나가니 뒷땅을 막 친다는 것이다. 집 안에서는 카페트 위에서 퍼팅 연습을 하는데, 가장 문제는 숏게임이다. 자꾸만 감을 잃어버리는 것만 같아서 5월부터는 문 연 연습장을 어떻게든 찾아서 연습량을 더 늘릴 예정이다.

예전에는 쉬는 주에 연습할 때 카트를 타고 코스를 돌았는데, 2주전부터는 그냥 끌고 다니는 카트를 갖고 다니면서 걸어서 플레이를 한다. 6월 대회 재개를 앞두고 체력 유지를 위해 일부러 더 걸으려고 만들어낸 고육지책이다. 체력 훈련은 가까이 사는 동갑내기 제니퍼 송과 함께 한다. 그 친구 집에 기구가 많아서 그곳에 가서 땀을 쭉 빼고 온다.

골프 선수의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잘되면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잘 안되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양희영도 늘 자신에게 잘할 수 있을까 되물으며 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멘탈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자기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골프를 너무 과도하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억누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멘탈도 몸 가꾸듯 가꿔야 한다는 걸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양희영은 이 휴식 시간을 통해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더 보완해가고 있었다.

그럼 몸은 어떻게 가꾸고 있는가를 물었더니, 다이어트 중이란다. 집에만 있다보니 활동량이 줄어 최근에는 저녁에 고구마 1개, 달걀 흰자 2개만 먹는다.

올해 만30세. 괜시리 생각도 많아지고, 고민도 많아졌다는 양희영은 US여자 오픈을 가장 좋아한단다. 코스가 어렵지만, 모든 골프 실력을 테스트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통해 골프 선수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뽑아내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렇게 늘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시즌이 짧아졌지만, 올해 양희영이 US 오픈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더 즐겁게 시합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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