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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추진한 데이터3법, 정부 부처 시행령이 ‘발목’”
뉴스종합| 2020-05-05 09:02
[연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나치게 엄격해 법 제정의 근본 취지인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최된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토론회에서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시행령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3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추진됐다.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은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그동안 보호에 집중했던 개인정보를 활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사회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추가처리 목적과 당초 수집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수집한 정황과 처리관행에 비춘 예측 가능성 ▷추가처리가 정보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 ▷가명처리로 추가처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가명처리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정보주체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추가 이용·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 주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학계 및 산업계에선 가명정보 이용 조건이 과다하고, 가명정보 결합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해 법 제정의 근본 취지인 데이터 활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추진한 법안을 주무 부처 시행령이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법 개정 후 "IT 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기대했던 인터넷기업협회 등 산업계는 현재의 시행령 개정안이 데이터 3법 개정의 노력과 취지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계 및 산업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개인정보의 추가 이용 및 제공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신설된 제14조 2항은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 기준을 명시한다. 특히 당초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 침해 방지, 가명처리 의무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원래 법 조항보다 더 엄격한 요구를 하고 있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당한 관련성', '제3자' 등의 표현도 모호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시행령이 갖춰야 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명정보의 결합을 위해 연계정보 생성기관과 결합전문기관을 거쳐야 하는 절차도 복잡하다. 보다 간소하게 의뢰기관이 직접 연계정보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한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과도 차이가 있어 이종 데이터를 결합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

또 결합정보를 지정된 특정의 물리적 공간에 직접 가서 분석하도록 제약하는 조항도 데이터의 활발한 이용을 저해하는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명정보에 대한 안전조치를 개인정보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의 일부를 비식별 조치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으나 익명정보에 비해 활용 가치를 높인 정보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에 비춰볼 때 가명정보와 개인정보의 안전조치를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구체적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는 첫 단계"라며 "데이터3법의 개정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토론회는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했으며,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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