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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커지는 당구판…“집행부 규탄” 선수위 거리집회
엔터테인먼트| 2020-05-08 08:25
대한당구연맹 소속 중견선수들이 세종시 문체부 앞에서 연맹의 ‘일방통행’ 행정에 항의하는 거리집회를 열고 있다. 마이크를 쥔 이가 강자인 선수위원장. [선수위 제공]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극적으로 상생을 외쳤으나 오히려 내부 갈등과 반목은 깊어진 당구계 아이러니가 우울한 코로나 시국을 더욱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갈등관계의 한 축인 대한당구연맹(KBF) 선수위(위원장 강자인) 중견선수 30명은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5동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다른 축인 KBF 남삼현 회장 집행부를 강하게 규탄하는 집회 시위를 벌였다.

지난 4월 27일 정부세종청사 7동 국민권익위 앞에서 시위를 연 데 이어 두 번째 시위다. 첫 시위에서는 프로당구협회(PBA)와 KBF간 최근 맺은 상생협약의 진행과정과 실무협상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엔 수위를 더욱 높여 남 회장이 정관을 줄곧 위반하고 조직을 사유화 했다고 맹비난했다.

KBF가 첫 집회 이튿날인 4월 28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강 위원장 등 14명의 선수위원을 전원 해촉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선수위도 맞불을 놓은 것이다.

선수위는 이날 배포한 성명서에서 “남 회장은 재임 4년동안 정관 제22조 ‘연맹 선수위원회에서 추천한 국가대표 선수 출신자가 재적 임원수의 20%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그 결과 측근들 위주의 ‘식물이사회’를 구성해 분란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KBF의 근간인 선수들의 권익은 늘 뒷전으로 팽개쳐졌다는 것이 선수위의 논리다. 선수위는 앞서 이사회를 정상화 하기 위해 선수위원 긴급 서면의결로 선수 4명을 이사로 추천했으나 되레 선수위 14명이 전원 해촉 당했다고 성토했다.

선수위는 “KBF의 주인은 집행부가 아니라 KBF에 헌신한 선수들”이라며 “이런 선수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남 회장은 더이상 회장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성명서에는 “스포츠행정을 관리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남 회장을 해임하라”는 요구까지 담았다.

KBF 소속 선수들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선수위 제공]

KBF와 선수위의 갈등을 촉발한 발단이 된 지난 2월 25일 KBF와 PBA간 상생협약은 아마 단체인 KBF와 프로 단체인 PBA가 선수 교류와 대회 협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의명분상 흠 잡을 데 없는 이런 협약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온 것은 이후 양단체가 협력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실무 단계에서 선수위에서 KBF의 ‘과속’과 ‘일방통행’을 문제 삼으면서다. 기업, 기구가 상당히 복잡한 사정과 이해관계로 얽혀, 선수들이 혼란의 틈에서 자칫 거래 대상이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거리로 나온 선수들을 덮어놓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KBF는 선수위가 상생협약 실무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니 장내에서 의견을 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반면 선수위는 현행처럼 선수 1명만 참석해서는 매번 다수결이란 미명 하에 선수들의 의견이 묵살된다고 반론을 펼친다.

선수위는 일련의 집단행동을 통해 이제라도 더 많은 선수들이 상생 협약의 실무 테이블에 앉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KBF는 또 한번 강경책으로 130명 이상의 선수들의 집단 반발을 제압할지, 아니면 유화책으로 다시 그들을 상생 협약 테이블에 앉히려 할지 추후 행보가 주목된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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