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피플&데이터] 27년만에 혁신신약 개발·바이오팜 상장…‘바이오 진격 선봉장’ 최태원의 꿈 결실
뉴스종합| 2020-05-21 13:19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룹시다.”

2016년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이렇게 말하며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최 회장의 ‘꿈’은 하나둘씩 현실이 되고 있다. 실패를 딛고 성장한 SK그룹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해오면서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판매 허가를 받으며 신호탄을 쐈다. 세노바메이트는 이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SK팜테코가 지난 20일 미국 정부에서 발주한 최대 1조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필수 의약품 사업 공급처로 선정됐다.

1993년 SK에너지 대덕연구소에 신약개발연구팀을 만들며 시작된 최 회장의 꿈이 27년 만에 결실을 맺는 모습이다. 당시 불모지 같았던 제약 사업에 발을 들인 SK는 처음부터 복제약이 아닌 실패 가능성이 훨씬 큰 신약 개발을 택했다.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여러 난관을 예상했다는 최 회장은 실패 속에서도 오히려 투자 확대로 제약·바이오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최 회장의 주문대로 SK는 제약·바이오사업의 성공과 안착을 위해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1996년 FDA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의 첫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것을 시작으로 특히 뇌전증 질환 치료를 위한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해왔다.

SK그룹이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은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며 그룹 차원에서 적극 육성했다. 덕분에 SK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연구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SK바이오팜의 경우 법인이 출범한 뒤 2017년까지 7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최 회장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SK바이오팜이 지난해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비용만 1772억원으로, 매출액의 143.1%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의 695.5%에 해당하는 274억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투자했다. 신약 개발에 대한 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SK바이오팜은 올해 6월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최대 공모예정금액은 9593억원이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임에도 그동안 보여준 신약개발 성과와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의 전폭적인 투자로 기반을 다진 제약·바이오 사업이 이제 본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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