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제업무지구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 주택공급 계획을 취소해 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현재까지 700명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한강변 서울 최중심부를 아파트 중심 미니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건, 소수의 거주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잘못된 계획이라는 게 동참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이 무산된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정부의 철도창부지 개발 계획은 중소형 아파트 중심의 미니신도시였다. 서울에 마땅히 주택을 지을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서울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아파트로 채우는 건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 한강로3가 51만㎡ 크기 용산철도창 부지는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1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던 곳이다. 주변 서부이촌동 사유지까지 묶어 세계적인 업무·상업·주거 복합 단지로 개발하려고 했다. 당시 계획은 지금 들어도 압도적이다. 사업비만 31조원을 쓰는 '단군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렸다. 새로 들어서는 빌딩만 67개나 됐다. 빌딩 설계는 국제 공모로 확정했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한 제각각 다른 독특한 빌딩 설계안이 마련됐다. 공공성, 개방성을 특히 신경 썼다. 원효대교와 한강대교 사이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누구나 도보를 통해 남산부터 용산공원, 국제업무단지를 거쳐 한강공원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이 계획은 알려졌듯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고, 2012년 취임한 정창영 코레일 사장의 추가 자금 투입 거부로 결국 백지화됐다.
그리고 이번에 결국 나온 게 8000가구 아파트 조성이다. 물론 향후 주변에 업무, 상업시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택 수가 증가하는 만큼 업무, 상업시설 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파트도 절반 가량 임대주택을 넣고, 중소형 위주로 짓겠다고 해 고부가가치 개발과 거리가 멀다. 철도창부지에 대규모 개인 소유 아파트 공간이 병풍처럼 들어서면 일반인의 한강 접근성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최고 중심지 용산을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최근 ‘토지공개념’ 논란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람이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다. 그는 알려진 것과 달리 토지 사용을 규제하는 것보다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이다. 신이 준 토지를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용도로 이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했다. 고가의 도시 중심 지역일수록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고밀 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2012년 용산국제업무개발 계획 추진을 중단하면서 당시 민간건설사들이 책정한 3.3㎡당 분양가 4000만원이 너무 비싸 터무니 없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판단이다. 용산이 전국에서 미래 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땅의 가치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 계획을 손질해야 한다. 철도정비창 주변 지역까지 포함한 보다 효과적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추가 세부 계획이 정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