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흑인 父子에 몸낮춘 사진 공개
“폭력이 시위 이유 무색케해선 안 돼”
트럼프 시위주도 세력 ‘테러조직’ 규정
참모들도 강경 트윗에 우려의 시선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흑인 부자에 몸을 낮춰 대화를 하려는 사진을 게재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강압적 체포 때문에 지난달 25일 숨을 거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미 전역의 시위를 촉발시킨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포용적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트위터 캡처]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찰의 강압적 체포과정에서 숨을 거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포용적 리더십을 부각하고 있다.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시위를 두고 일부 세력을 ‘폭도’로 판단,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분열적 언사를 하는 것과 대조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 흑인 부자(父子) 앞에서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추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세 사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누려는 모습이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폭력을 수반한 항의시위가 진행되고, 일부 도시에선 시위대와 경찰간 총격전까지 벌어지는 혼돈의 상황에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 사진에 “우리는 현재 고통 속에 있지만, 이 고통이 우리를 파괴하도록 허락해선 결코 안 된다”고 썼다. 그가 전날 전국적 시위 국면에서 발표한 성명의 한 구절을 재차 인용한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이 대화를 이끌어 가게 도울 것”이라며 “더 중요한 건, 어젯밤 윌밍턴의 시위현장에 오늘 찾아가 했던 것처럼 나는 들을 것이라는 점”이라고도 했다.
그는 성명에선 “함께 함으로써만 우린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며 “더 평등하고, 정의롭고, 희망적이고, 더 완벽한 미합중국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울러 “잔혹함에 대항하는 건 옳고 필요하다”면서도 “지역사회를 불태우고, 불필요하게 파괴하는 건 전혀 미국의 대응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력도,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체를 파괴하는 것도 미국의 대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위의 행동이 우리가 시위하는 이유를 무색케해선 결코 안 된다”며 폭력 시위를 멈출 것을 당부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이런 호소에 대해 2004년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 주지사는 “이것이 모든 유색인종의 진정한 지도자가 해야 할 행동”이라며 “지역사회로 가서 상처받은 이들 속에서 걷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집무실에 앉아서 인종차별적 헛소리를 담은 트윗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격화하는 시위와 관련, 이날 트위터에 “안티파(Antifa·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주도 세력을 이념적으로 갈라 강경 진압을 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전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진행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 축하 연설에서도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했다. 미 언론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시위대를 더 자극하는 분열적 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백악관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트윗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무당파와 교외 거주 여성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할 것이라는 여론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의 수위 조절을 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법질서에 대한 원칙론을 고수한 게 지난 대선의 승리 요인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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