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개발 등 호재 타고 ‘高高’
원시티3블럭 84㎡ 호가 12억
비조정·공시가 6억 이하 조건
규제 예외에 시중 뭉칫돈 기웃
# 고양시 일산동구의 대장주 킨텍스원시티3블럭(사진)의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4월 9억7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1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입주한 새 단지로 호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단지 앞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이 예정돼 있고, 인근에 기업 입주가 예정된 호재 덕분이라고 주변 공인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매물은 별로 없다.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됐던 1기 신도시 일산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일산은 매수 문의가 늘고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교통과 개발 호재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에서 비껴가면서 ‘투자할 곳을 잃은 돈’이 모이는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현재 임대사업자는 ‘비조정지역, 85㎡(이하 전용면적)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 부합한 아파트에 대해 10년 이상 임대 시 양도소득세가 감면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배제받을 수 있다. 일산은 이 조건을 갖췄다. 앞서 일산 지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으로 꼽히는 킨텍스원시티3블럭도 9층까지는 84㎡의 공시가가 6억원 밑이다. 자산가들에게 시세차익보다 절세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매력적인 요건이다.
1억원대 갭투자도 가능하다. 마두역 인근 강촌마을 라이프아파트는 5월 7일 49㎡ 6층이 2억7500만원에 팔렸는데, 같은 규모는 비슷한 시기 전세보증금 1억95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부동산 중개료, 취·등록세 등을 고려해도 1억원 안팎으로 역세권 소형 아파트 매수가 가능한 셈이다.
대곡소사선 개통과 GTX 추진, 킨텍스 주변 고양테크노밸리 추진 등의 호재가 실수요자에게도 관심을 끌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도 기웃대는 형국으로 풀이된다.
매도자도 호가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고양테크노밸리에 포함된 힐스테이트킨텍스레이크뷰 84㎡는 4월에 8억4500만원과 6억5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신고됐다. 이처럼 실거래가도 널뛰기하는데, 최근 호가는 11억원이다. 이 단지 역시 공시지가는 5억원 초반으로, 6억원 밑이다. 호가대로 거래되면 공시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가 좀 더 한 발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모바일로 실시간 정보를 나누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정책 효과를 발휘하려면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책의 시차를 두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수석연구위원도 규제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채 위원은 “정부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에 갭투기 수요가 접근하기 어렵도록 제도를 개선하면서, 오히려 그 이하엔 퇴로를 줬다”면서 “이에 따라 정작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구간인 6억원 이하 (실수요자의) 매수가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