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IT과학칼럼] 창의연구 꼭 필요한 시대
뉴스종합| 2020-06-18 11:23

지난주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ETRI에서 개최됐다. 일본 수출규제 시행 1년을 맞아 핵심 소재·부품의 기술자립을 이뤄낼 ‘산학연 융합연구 드림팀’이 닻을 올렸다. 향후 5년간 개발한 기술을 기업체에 기술이전해 10억원 이상의 기술료를 확보하고 공정, 시스템의 구현까지 기술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 원천소재의 개발과 주력산업 소재 기술자립을 추진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는 각국이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했다. 현재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 각국의 코로나 상황을 보면서 코로나 이후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시대적 요구로 정치·경제·사회적 큰 판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이번 사태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상상력을 기반으로 미리 준비되지 않는다면 과학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기술추격형(Fast Follower) 경제발전 모델로 선진국이 경험했던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앞으로는 이번 코로나와 같이 누구도 알려주지 않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관습에서 벗어나 창의적 생각을 통해 우리 스스로 길을 개척해 선도적(First Mover)으로 새로운 시대를 헤쳐나가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소·부·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연구원은 현재까지 대다수 연구가 선진 과학기술을 극복하고 조기에 국산화 기술 개발에 주력해 빠르게 산업화를 추진해왔다. 그래도 인공지능(AI) 등 첨단 신산업 분야는 기술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선도적 대응이 미흡하다. 민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연구개발 속성상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기술개발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독일·이스라엘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창의적인 연구 아이템을 발굴하고 독립 연구집단을 구성해 창의연구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창의적 생각을 기반으로 교육 시스템과 연구개발 시스템의 필요성이 시급하다. 경제성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천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분야를 자유롭게 생각하고 제안하며 이를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회 전 분야에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일부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현재의 입지를 유지하고 선도적 기술 분야를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개발과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는 연구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출연연구원에서는 향후 선제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되는 다양한 신기술과 미래유망 원천기술을 개발해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을 이을 미래 동력을 창출하고 국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ETRI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창의연구를 위한 조직을 운영했다. 10년 앞을 내다본 혜안 덕분에 디지털 엑스선 기술, 테라헤르츠(THz) 기술, 그래핀 기술 등 씨앗 기술들이 국가경제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장기적인 창의 연구개발의 결실로 하나씩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연구환경 구축과 지원을 통해 창의연구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 국가 과학기술만이 아닌 사회 전 분야의 진보와 신경제발전에 기여해나갈 계획이다. 이로써 창의연구가 혁신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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